그러고 나면?

by 김대일

큰딸은 어릴 적부터 떼돈을 벌겠다고 입버릇처럼 되뇌곤 했다. 고단했던 부모 소싯적을 고스란히 보고 자란 아이라 부모처럼은 안 살겠다는 포부를 밝힌 셈인데 그런 단호함에 대견하면서도 깎새는 노파심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러고 나면?

물욕 없는 사람이 세상에 없듯 알고 보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깎새 응큼함이 엔간하다. 지금 사는 데보다 더 넓고 쾌적한 새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고, 승차감 좋고 넓직한 공간을 자랑하는 리무진 밴도 운전하고 싶다. <흑백요리사>에 등장했던 유명 셰프들 요리로 삼시 세끼를 때운대도 결코 마르지 않을 지갑이야 두말하면 입 아프고. 하지만 그렇다고 꼭 '필사적'인 건 아니다. 깎새가 희망사항을 주욱 나열하자 큰딸은 물론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엿듣던 막내딸까지 살짝 흥분했지만 끝까지 듣고 나더니 그럴 줄 알았다며 김 샌 표정을 지어 보이고 만다.

잡힐 듯 말 듯한 진행형으로 남겨 두는 감질疳疾, 그렇게 욕심을 다루는 묘가 박진감은 넘치되 실패하지 않을 삶으로 이끌 원동력임을 그간 단물 쓴물을 꽤 빨아먹은 선험자로 깎새가 내밀 수 있는 충고쯤 되겠다. 하나를 얻으면 더 많은 욕심들에 집착하고 그 욕심들을 채우려는 발버둥질로 자칫 일상은 만신창이가 될지 모를 일이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큰 갈망에 몸달아 하는 괴물로 자신과 직면할 자신이 있을까.

길어봐야 반백 년도 채 안 남은 여생에 뼈저린 깎새다. 그 촉박함을 알고 나니 덧없는 건 꿈꾸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그저 소박하고 재밌게 살다 가기를 바랄 따름이다. 두 딸에게도 그런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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