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손님이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돈 잘 버는 비결에 대해서. 그가 떠벌리는 일확천금으로 가는 첩경이란 버는 돈에서 일부를 떼어내 정성 들여 굴려서 목돈을 마련하려는 장삼이사의 범상한 재테크가 아니라 위험성을 무릅쓰고서라도 요행수에 기대는 이른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머리가 흔들려서 커트를 못 할 지경이라는 타박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떼부자가 될 수 있는 '나만 아는 노하우'를 쉴 새 없이 떠드는 손님은 벌어놓은 10억을 다 못 쓰고 죽을까봐 불안해 미치겠다고 제 딴에는 심각하게 고백을 하는데 듣는 사람 배알을 마구 꼬이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젊은 손님과 묘하게 겹쳤다. 겹치면서 둘 사이 닮은 구석까지 발견했다. 공허함이었다.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는 '자기가 돈을 얼마를 벌면 무엇을 할 것인지 위시리스트(소원 목록)을 작성해두는 게 좋다. 목적이 없으면 돈이 생기고 건물주가 되어도 갈수록 삶이 허망해진다. 돈은 소원을 풀기 위한 도구이지, 삶의 목적이 아니'라고 했다(한겨레신문, 2021.08.04). 일리가 있는 게, 말끝마다 돈돈거리는 사람치고 번 돈으로 무엇을 어떻게 쓰겠다는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펼쳐 보이는 이를 본 적은 드물다. 돈이 곧 부동산이라고 여겨서 비싼 땅 위에 올라간 최고급 아파트 사는 걸 포부로 밝힌 이를 만난 적 있는데 그가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은 그 아파트란 것 역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 아파트가 자기 인생을 빛낼 목적으로써 대단한 가치를 지니는 것 같진 않았다.
"잘 벌면 잘 쓰는 수완도 남다를 테니 좀 가르쳐 줘요."
이런 발언 함부로 지껄여선 안 된다. 손님 떨어지는 소리가 10리 밖에서도 들리니까. 그럼에도 들을수록 가슴만 답답해지는 재테크 강의를 듣다 지친 깎새가 결국 발설하고야 말았다. 뜨악해진 손님은 이후로 말문을 닫아 버렸다. 그가 재방문할지 여부는 이후 행동으로 미루어 보건대 매우 희박하다. 따따부따하던 자가 태세 전환해 수굿해지면 볼장 다 봤다는 것쯤은 사람 잘 볼 줄 모르는 깎새이지만 미루어 짐작할 줄 안다. 깎새는 후회했다. 괜한 입방정으로 손님을 또 떨구었으니,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건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