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비희극

by 김대일

- 안색이 영 안 좋은데.

-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요. 가끔 못 가눌 정도로 말썽을 부리는데 오늘이 그날인가 봐요.

- 이걸 어쩌나. 일은 할 수 있겠소?

-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는 수 없죠.

- 요 옆 가구점 사장 안 왔습디까?

- 얼굴 알아보는 데는 젬병이라서 자기가 가구점 사장이라고 안 하면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근데 무슨 일로?

- 이발한 본새를 보더니만 어디서 깎았냐고 캐묻길래 여기라고 했지. 단돈 5천 원으로 이발값 제대로 하는 데는 이 동네에서 여기밖에 없댔더니만 자기도 그럼 가봐야겠다고 하길래 말치레만 말고 내 앞에서 다짐하라고 했지.

- 온종일 허리 때문에 끙끙 앓았는데 막판에 선생님이 용한 진통제를 놔 주신 듯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느닷없는 통증이 평화로워야 할 일상을 앗아갔다.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 가누기조차 버거운 육신을 겨우 버티다 꼭 이 짓을 해야만 하는지 근본적인 회의감까지 밀려오면 심사는 더 배배 꼬인다. 다른 게 비극이 아니다. 판단 능력을 일시적으로 교란시켜 고달픈 잡사의 연속으로 삶을 치부하면 비통하고 참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황량한 사막에서 극적으로 발견한 오아시스로 풍덩 뛰어들어 만끽하는 청량감이랄지 희열감 같은 립서비스가 이성을 원래대로 복구시켜 놓는다. 비극으로 시작해 희극으로 끝나는 일상, 인생은 비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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