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201)

by 김대일

한 수 위

복효근



어이, 할매 살라먼 사고 안 살라면 자꼬 만지지 마씨요

- 때깔은 존디 기지가 영 허술해 보잉만

먼 소리다요 요 웃도리가 작년에 유행하던 기진디 우리 여펜네도

요거 입고 서울 딸네도 가고 마을 회관에도 가고

벵원에도 가고 올여름 한려수도 관광도 댕겨왔소

물도 안 빠지고 늘어나도 않고

요거 보씨요 백화점에 납품허던 상푠디

요즘 겡기가 안 좋아 이월상품이라고 여그 나왔다요

헹편이 안 되먼 깎아달란 말이나 허제

안즉 해장 마수걸이도 못했는디

넘 장사판에 기지가 좋네 안 좋네 어쩌네

구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허들 말고

어서 가씨요

- 뭐 내가 돈이 없어 그러간디 나도 돈 있어라

요까이껏이 허면 얼마나 헌다고 괄시는 괄시요

팔처넌인디 산다먼 내 육처넌에 주지라 할매 차비는 빼드리께

뿌시럭거리며 괴춤에서 돈을 꺼내 할매 펴보이는 돈이

천원짜리 구지폐 넉 장이다

- 애개개 어쩐다요

됐소 고거라도 주고 가씨오 마수걸이라 밑지고 준 줄이나 아이씨요잉

못 이긴 척 배시시 웃는 할배와

또 수줍게 웃고 돌아서는 할매

둘 다 어금니가 하나도 없다



(일상어, 특히 사투리 지문으로 이루어진 시추에이션은 문자로 된 시라고 해도 생생하다. 거기에 정겨움을 장착한 현장성은 덤이고.

이런 시 여럿 수집했다. 충청도, 경상도, 이번엔 전라도. 다음에 강원도 사투리로 된 시를 찾으면 여지껏 모은 사투리 시 새삼 정리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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