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구순 잔치를 마치고 돌아온 마누라가 봉투 하나를 건넸다. 겉면에는 '일곱째 사위'라고 적혀 있었다.
- 엄마가 주는 거야.
봉투를 받고 한동안 생각에 잠긴 깎새. 내일 당장 큰일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장모가 주는 봉투엔 무엇이 담겨 있고 무엇을 전하려 하는 것인지, 열어 보면 실체와 진의를 금방 알아챌 테지만 쉬 손이 가지 않는 깎새. 과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 봉투가 마치 생전 유서처럼 여겨져 궁금하면서도 어렵기만 한 깎새.
실루엣으로 미루어 흰 봉투 속 누런 종이로 행여 돈독한 화목을 깨지 말라는 늙은 장모의 간곡한 당부가 들어 있다면 거역할 수 없는 천명처럼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서 마음 단단히 먹었더랬다.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
개봉하기 전까지 들던 두려운 마음을 허탈케 하는 반전이었지만 큰돈은 아닐지언정 금일봉으로나마 당신이 전하려 한 선심이 오히려 은혜로웠다. 충북 시골에서 농사 지으며 구십 평생을 산 상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성의라면 5만 원이 아니라 50억, 500억 이상, 아니 돈으로는 도저히 환산할 수 없는 값어치로 감복케 하는 것이다.
- 나도 받았어.
막내딸이 아비 봉투를 보고 확인시켜 줬다.
- 할머니가 다 줬어. 이모, 이모부, 외삼촌, 외숙모, 손자 손녀들까지 싹 다!
구순 장모에게는 구분없이 다 소중한 제 새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