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엔 소설

by 김대일

왜 책을 읽느냐고 물으면 깎새 대답은 분명하다. 지금보다 똑똑해지고 싶어서. 똑똑해진다는 건 책을 안 읽었을 때보다는 사리분별이 좀더 분명해져서 인식의 헛발질 빈도가 줄어들지 모른다는 희망을 뜻한다. 남보다 멍청하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람한테는 그나마 한 줄기 등불이 독서인 셈이다. 다만 도대체 얼마나 읽어야 지금보다 똑똑해질는지 가늠이 안 서 시시포스가 바위를 굴리듯 딜레마일 수밖에 없겠으나 읽는다는 그 자체로, 꼭 읽지 않아도 손 뻗으면 잡힐 거리에 책 두어 권 쌓아두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안이 된다. 강조하건대 위안이지 자랑이 아니다.

누구는 많이 읽고 잘 읽는 자신을 자랑스러워 한다. 혹자는 그걸 컨텐츠화하는 수완을 발휘해 대중의 관심을 즐기기도 한다. 그러면서 책이 인생의 유일한 낙이라고 역설한다. 그렇게 떠벌리는 이들은 남보다 우월한 독서력으로 돈벌이까지 척척 해내니 자뻑할 만도 하다.

자기한테 없는(또는 몹시 모자란) 능력을 가진 남이 부러울지언정 따라하고 싶지는 않은 깎새로선 자기만의 독서 방식을 고수하기로 한다. 폭염이 기승을 부려 만사가 귀찮아지는 여름엔 줄거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 소설책 읽기로 낙착을 봤다. 지금보다 똑똑해지기 위해서라는 독서 원칙에 부응하기 위해 이왕이면 좋은 소설을 우선 고를 필요가 있어 목록을 신중하게 작성하는 중이고. 물론 온라인 서점 중고매장 가격에 따라 목록이 요동칠 게 뻔하지만 뒤져 보면 저렴하면서 영양가 만점인 책들이 의외로 많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애용하는 온라인 중고매장 경우 2만 원 이상 구매해야 배송비가 무료다. 2만 원이면 중고 소설책 몇 권을 살 수 있을까. '한국소설', '저가격순'으로 설정하면 한 권에 500원부터 시작하는 소설책이 끝도 없이 나타난다. 그 중에 잘만 고르면 권 수가 제법 쌓인다. 깎새가 1차로 주문할 소설책 11권 책값은 20,800원이다. 수지 맞는 정도가 아니라 거저나 다름없다. 주문한 소설책들이 깎새 점방 한 구석에 쌓여 있는 것만 봐도 마음의 위안이 될 테다. 다시 강조하건대 위안이지 자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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