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한테서 온 입영 썰

by 김대일

엊그제 게시한 글은 커트점에서 입대를 앞둔 친구 머리털을 깎새 대신 자기가 깎겠다고 나선 군대 먼저 다녀온 친구 얘기였다. 내친 김에 인도네시아 사는 살아 있는 재생기억장치인 용이한테 소싯적 입영 관련한 소동극 기억하면 읊어 달랬더니 번갯불에 회 쳐 먹듯 톡이 날아들었다. 그것도 두 개씩이나. 가뜩이나 글감 메마른 깎새한테는 천금같거니와 쟁여뒀다 써먹을 심산이었으나 보내 준 성의를 모른 체할 수 없어서 하나만 슬쩍 꺼내 본다.

걸쭉한 용이 말솜씨가 고스란히 녹아 들어간 걸 윤색하기가 오히려 실례일 성싶어 가급적 원본에 충실하려 했다. 술술 읽어 나가기 편하도록 매만진 데가 없지 않지만 용이 의도에 반할 정도는 아니다.

용이가 보내 준 글을 읽다 보니 그 시절이 아련하다.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풍속도가 펼쳐진다. 등장하는 사람들이 요즘 같지 않다. 다들 천둥벌거숭이모양 짓까불고 나대기 일쑤다. 남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참견하길 좋아하고 부끄러운 줄 모른다. 그때는 그랬다. 그렇게 하는 게 멋이고 도리인 줄 알았다. 그 덕분인지 세상은 빠르게 변할지언정 인심은 그에 비해 더딘 편이라 그나마 정이라도 아직 붙이고 사는지 모르겠다.

불과 30년 전 광경인데도 오래된 세상처럼 생경하다. 그때 그들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다.



입영 썰


우리 때(1990년대) 송별회의 피날레는 부산역 광장에 빙 둘러앉아 송별주를 나눠 마시면서 입영을 아쉬워하고, 마지막에는 다들 일어서서 빙 돌아서서 바깥쪽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 시선을 가려주면 그 공간 중간에서 애인하고 군대가는 남자가 키스를 딱 하게 해 주는게 하일라이트였는 기라. 그라고 나면 마지막으로 친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군대 갈 남자를 부산역 분수대 물에다가 풍덩 던져 버리는 것이 관례였고.

아무개 남자가 논산으로 가는데 그날도 남자친구들, 여자친구들 모여서 송별주를 부산역에서 나누는데 그런 팀이 부산역 광장에 한 서너 팀 되었던 것 같아. 근데 문제는 이 남자가 모태솔로라 애인이 없었어. 우리는 일단 혹시 이 남자가 짝사랑하던 여자친구(그때 송별회 장소에 있었거든)와 키스라도 할랑가 싶어 일어나서 일단 전열을 갖춰 분위기를 띄웠어.

근데 여자는 남자가 별로였는지 반응이 당최 없었고 돌아선 우리는 다른 팀 커플이 키스하는 걸 훔쳐본다고 이리저리 눈까리만 돌아가고 있었어. 그런데 이놈이 갑자기 "에레기 씨발!"하더니 분수대로 혼자 돌진을 하더니 그대로 풍덩 입수를 하는 거라. 하도 얼척이 없어서 저놈이 와이라노 싶었지.

나중에 알아본 바 통상적으로 부산역 광장 이벤트는 이별의 키스를 한 후에 남자친구들이 입영을 할 장정을 우~ 끌고 들어가면 애인이 말리고 하는 그런 맛으로 거행하는데 지는 애인은커녕 짝사랑하는 여자조차 거들떠도 안 보니 혼자 자진납세를 했다 카더라.

하여튼 이놈은 그 후로도 나이 마흔 가까이 모태솔로로 살다가 마흔 넘어 겨우 결혼해서 부부가 양산 어디서 국밥집을 한단다.(이라믄 TMI인가? ㅋㅋㅋ)

작가의 이전글신중을 기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