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이 끝나 요금까지 지불을 다 한 손님이 갈 생각을 않고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이상하게 듣진 말고, 진짜 궁금해서 그래요. 요금을 이리 받는 데는 그럴 만한 사연이 깊어서겠죠?"
딴 데보다 싸도 너무 싼 요금이 입길에 왕왕 오르내리지만 이 손님처럼 심각하게 접근하는 이는 드물었다. 손님이 심각하다고 깎새까지 심각할 필요는 없어서,
"싼 요금으로 손님 많이 받으려고 그러는 거죠. 박리다매라고들 하죠."
동네장사하는 점방에서 사연이랄 게 뭐 있겠는가. 요금 싼데 손속도 제법이라는 소문까지 나 문전성시를 이루면 깎새야 고될지언정 돈푼깨나 만질 수 있어 그걸 노린 거고 기실 깎새 부친이 여태 이어오는 장사 기조를 그대로 답습한 데 불과하다.
하지만 혼자로는 도저히 벅찬 지경에 이르러 곁꾼이라도 달릴라치면 그 인건비 보전 차원에서라도 요금을 조정해야 할 처지가 올지 모른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요금에 관해서만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장사치였을 리 만무하나 장사치 입맛대로 돌아가는 장사란 이 세상에 없는 법임을 일찌감치 간파한 깎새. 하여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을 탐하다 쪽박 차는 소탐대실이야말로 지속가능해야 할 점방 미래를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임에 주목한다. 돼먹잖은 물가 상승 운운하고 누가 데려다 쓰라고도 안 한 일꾼 부리는 비용 타령으로 불특정다수 손님과 맺은 계약(요금)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짓이 과연 상도에 맞는지 냉철하게 숙고하는 게 우선이다.
막말로 물가가 올랐다고 이발 요금까지 덩달아 올리는 건 속 보이는 부화뇌동이다. 깎새가 보기에 물가 상승과 이발요금 간 상관성은 별로 없다. 육체적 노동 말고 더 들어갈 게 없는 이발을 두고 원가 부담 운운하는 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해대는 거짓말이다. 일꾼도 어떻게 부리느냐에 따라 피치 못할 요금 인상분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 운용의 묘는 대외비!
그러니 자기 점방도 아니면서 요금 올리라고 오지랖만 하해와 같은 손님 말에 그저 "박리다매!"를 외치거나 "두고 봅시다'라고만 얼버무릴 뿐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는 게 요금 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