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213)

by 김대일

무쇠 솥

장석남



양평 길 주방기구종합백화점

수만 종류 그릇의 다정함과 반짝임과 축제들 속에서

무쇠 솥을 사 몰고 왔다

- 꽃처럼 무거웠다

솔로 썩썩 닦아

쌀과 수수와 보리를 섞어 안친다

푸푸푸푸 밥물이 끓어

밥 냄새가 피어오르고 잦아든다

그사이

먼 조상들이 줄줄이 방문할 것만 같다

별러서 무쇠 솥 장만을 하니

고구려의 어느 빗돌 위에 나앉는 별에 간 듯

큰 나라의 백성이 된다

이 솥에 닭도 잡아 끓이리

쑥도 뜯어 끓이리

푸푸푸푸, 그대들을 부르리


(읽다 보면 그 인상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고픈 욕구가 이는 시가 간혹 있는데, 이번 시가 그짝이다. 왠지 쓸쓸하고 외로운 성싶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되우 홀가분한 그런 느낌, '호젓함'이다. 마침 시인을 '호젓함'으로 평하는 대목을 발견해 무척 반가웠다.

문학평론가 엄경희는 장석남 시인의 서정을 ‘호젓함’으로 규정하고 “근심과 무거움을 껴입고도 편안한 기분이 드는 바로 그 지점에서 호젓함은 생성된다”며 “상실의 아픔을 아늑한 서정으로 달래 껴안는 것, 이것이 장석남의 호젓함”이라고 분석했다.

꿈보다 해몽이랬다고 문학평론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아무튼 무쇠 솥이 '꽃처럼 무겁다'고 표현한 건 그 호젓함을 보다 극대화시키는 장치로 참으로 영리했다.)

작가의 이전글그 애비에 그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