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비에 그 딸

by 김대일

제 엄마한테 선지국이 먹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휴무일(화요일)이고 하니 깎새더러 사오라고 했고 마침 같은 요일에 쉬는 부친이 김 군이랑 부전시장에 가 일주일 먹을 반찬거리 산다는 정보를 입수한 깎새가 곧장 연통을 넣어,

- 막내가 선지국 먹고 싶다는데 부전시장 가신 김에 사다 주시면 어떨까 해서.

흘렸더니 선뜻 사 주셨다. 검은 봉지에 고이 싼 선지국 깎새한테 건네면서,

- 이 집안에서 선지국 먹는 사람은 지 애비랑 빈이(막내딸 이름) 둘밖에 없어. 누가 그 애비에 그 딸 아니랄까 봐.

먹성만 닮았으랴. 이어지는 목격담은 거의 쐐기다.

- 주머니에 돈 실렸다 하면 일단 쓰고 보는 것도 빼다박았어.

그러면서도 다달이 손녀들 용돈을 솔찮게 선뜻선뜻 건네는 부친은,

- 어이구 내 새끼들, 묵고 싶은 거 있음 다 사 묵으라이. 그러다 용돈 떨어지면 할아버지한테 전화하구.

손녀들한테만큼은 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선지국을 두 그릇씩이나 퍼먹었다는 막내딸이 부른 배를 통통 치면서,

- 대학 들어가면 코 올리고 쌍꺼풀 수술할래. 엄마도 그러라고 했어.

다른 건 다 허용해도 코만은 용납할 수가 없어서,

- 코가 아빠딸 빼박 증건데 절대 안 돼!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빠를 닮은 큰 코가 영 맘에 들지 않는 막내딸. 그런 앙탈이 그저 귀엽기만 한 깎새. 실랑이라고는 하지만 장난같은 밀당이 벌어질 뿐이다. 깎새한테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먹성이랄지 쓸 줄 알지 여투는 데는 영 젬병인 돈 관리, 얼굴서부터 발가락까지 안 닮은 데 없는 외모야 판박이일지 모르겠으나 성마르고 걍팍한 애비 기질만은 천우신조로 피한 유순하고 느긋한 성격이 같은 듯 다른 부녀가 제법 잘 어울릴 수 있는 비결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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