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요

by 김대일

그제 쉬는 화요일 오후, 점심 겸 저녁 식사에 막걸리를 반주로 느긋하게 마신 뒤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헌데, 아무도 없는 집은 갑자기 적요했고 분위기에 당황하다 못해 몸서리까지 떨고 말았다.

한밤중이 아닌 밤에 잠깐 깼다. 따로 자고 있는 방문을 열고선 그날따라 늦게 퇴근한 마누라가 뭐라고 지껄였다. 열린 문 틈 사이로 마누라 외엔 아무도 없다는 사실만 새삼 확인했다. 여전히 적요했으니까.

오줌이 마려워 새벽에 또 깼다. 거실에서 널부러져 자고 있는 마누라 휴대폰에서는 유튜브 쇼츠 화면이 무한 반복 재생이 되고 있었고 그것이 넌더리나는 적요함을 더욱 부추기는 성싶어 마누라를 깨워 화면을 끄게 했다. 거실 불을 끄려다가 관뒀다. 거실 불이나마 켜 둬야 휑한 공기를 약간이나마 불식시킬 수 있어서.

큰딸은 대학 마지막 학기 기말고사 준비로 제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내년 대학 입학이 예정된 막내딸은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를 한답시고 기장 어디에다 민박집을 잡아두고 진탕 놀다가 다음날 귀가할 게다. 딸들의 부재가 상수가 될 날이 머잖았다. 지금은 예행연습을 하는 중이고.

자식을 애지중지하면서 무탈하게 커 무난하게 제 살 갈 가게 도와주는 게 부모된 자의 도리인 줄 알았다. 품 안의 자식 역시 자립을 기도하면서 제 둥지를 떠나 힘찬 날갯짓을 하는 것으로 온전한 사회인으로 인정받는다고 여길 게 틀림없다. 그러는 사이 집은 적요해진다. 결국 부모만 남아 그 적요함에 길들여지도록 종용받을 테고.

쉽지 않은 일이다. 예행연습 중인데도 치가 떨리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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