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
이외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지나간 날들은 망실되고
사랑한 증거도 남지 않았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자폐증에 빠져 있는 겨울풍경
속으로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리면
시간이 깊어진다
인생은 겨울밤
얼음 밑으로 소리 죽여
흐르는 강물이다
(2025년 마지막 주 시로는 구색이 맞다. 모진 추위처럼 인생은 겨울밤이라는 싯구가 탐탁치 않으면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연말일 적마다 결산은 하지만 늘 궁색한 게 인생이니 겨울밤이 맞다. 허나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은 있는 법이고 시인 말마따나 '얼음 밑으로 소리 죽여' 강물은 흐른다. 그게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