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끈

by 김대일

원하는 대학에 추가로 합격해 문서를 접수하는 것으로 막내딸 대학 진학이 일단락되었지만 이상하게 개운치가 않았던 아비였다. 뭔가 깔끔하지 않은 게 꼭 뒷간 갔다가 밑 안 닦고 나온 느낌이랄까. 막내딸은 최종 진로를 결정한 뒤 담임선생과 함께 미리 합격을 했거나 추가로 합격한 다른 대학에 등록 포기를 통보했고 재차 삼차 확인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왠지 무언가를 놓친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여 아비는 계속 긴장했던 것이다.

휴무일 맞아 큰딸과 식탁에 앉아 막걸리 낮술 겸해 모처럼 수다를 떨고 있던 지난 화요일 낮, 마누라 숨 넘어가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갑자기 들려왔다. 막내딸이 분명 등록 포기 통보를 한 대학에서 앞으로 30분 안에 입학 문서 접수할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그것도 당사자와 직접 통화가 되어야 한다는 청천벽력이었다. 느닷없는 와중에 이러다 이중합격되어 아예 둘 다 취소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에 화들짝 놀라 큰딸과 막내딸 행방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언니 편으로 영화 예매를 해놓은 덕에 친구랑 영화를 보고 있을 상영관으로 득달같이 달려가 막내딸을 끄집어 내 잘 매조지했다. 일대 소동극은 그렇게 끝이 났다.

실상은 이러했다. 합격은 했지만 포기 통보를 했던 대학교에다 막내딸은 다른 전형으로 원서를 하나 더 넣었었다. 다만 대기번호만 40번 넘게 밀려 있어 합격이 난망한 줄 알았단다. 그런데 가악중에 그 전형에서도 추가합격이 됐던 것이다. 비록 합격했던 전형에 대한 입학 포기 통보가 있었어도 뒤늦게 다른 전형의 추가 합격이 되었으니 대학교 측에서는 당연히 입학 여부를 확인하려 들었던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학교 당국이 정해 놓은 시간 안에 당사자와 연락이 이뤄지지 않거나 학생 보호자가 대신 입장을 표명하면 다음 순번으로 넘어가는 시스템이라 수월하게 처리될 사안이었지만 가족 모두가 난생 처음 갑작스럽게 당하는 변고다 보니 정신이 가출한 탓에 호들갑을 떨었던 거고.

막내딸 대학 진학이 무탈하게 넘어가지만은 않으리란 예감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에 아비는 살짝 무서웠다. 그나마 혹시 모를 사달에 대비해 긴장 모드를 유지하고 있었던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고.

확실한 건 세상에는 없다. 모든 건 모호할 뿐이다. 그러니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긴장과 간장 사이

복효근



퇴근 무렵 아내로부터 문자가 왔다

"긴장 떨어졌어"

누구의 무엇의 긴장인가

나이 들면서 떨어지기 시작한 내 시의 긴장 말인가

툭 하면 핸드폰을 놓고 출근하는 내 생활의 긴장 말인가

때 아닌 긴장이라니

안다 스마트폰 문자를 찍는데 점 하나를 놓친 것이다

음식 만드는데 간장이 떨어졌다고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한 병 사오라는 뜻일 텐데

한 단어 쓰는 데도 아내는 긴장을 놓친 것이다

아니다 아내는 시방

헐거운 내 생활에 훈수를 두는 것이다

단어 하나에도 긴장이 필요하다

적당량의 간장이 들어가야만 음식도 간이 맞고 맛이 나듯

너무 많이 넣으면 짜게 되고

너무 조금 넣으면 싱거워서 맛이 없는 간장처럼

사람 사이의 만남에도

생활에도 시에도 적당량의 긴장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간장이 긴장이 되어

느슨해진 내 호흡을 조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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