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이 불편하다

by 김대일

어릴 적에 설날 떡국 한 그릇 비우면 한 살 먹는다고 좋아했었다. 나이 한 살 더 먹으면 혹시 나이 대접해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늙는 줄도 모르고 나이 먹는 걸 좋아했던 기간은 스물아홉 때가 마지막이었다. 나이를 가리키는 앞 숫자가 2에서 3으로 바뀔 무렵 인생 최초로 낙담했다. 그러다 3에서 4로 넘어가자 그럴 리 없다고 절규했고. 하지만 4에서 5로 넘어가자 체념하고 말았다. 대신 지금은 내 나이 몇인지 일부러 세질 않는다. 나이 꼽다가 행여 헤어나질 못할 절망의 수렁에 빠질까 두려워서.



설맞이

구재기



여울목의 물고기는

거슬러 오르는 재미로 살아간다

거슬러도

거슬러 올라가도

결국에는 제자리

그것을

모르는 재미로

살아간다


새해 설날이

버얼써 다가왔다



나이 먹는 걸 좋아라 하는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어른 행세를 하고 싶어하는 유치한 철부지 외엔 아무도 없다. 나이를 토해낼 수 있다면 매일 고주망태가 되어도 좋다. 설날 아침상에 오른 떡국이 불편하다.

작가의 이전글한창훈, 바다 그리고 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