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철부어에게는 조사모삼이 최고

by 김대일

『장자』에는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 신세를 얘기하는 대목이 있다. '학철부어涸轍鮒魚'라는 성어의 배경이 되는 우화는 다음과 같다.

장주가 길을 가다가 누군가가 부르길래 주위를 둘러보니 물기가 말라가는 수레바퀴 자국 안에 붕어 한 마리가 있는 게 아닌가. "붕어로구나. 그대는 어찌 이런 처지가 되었소?”라고 물으니 붕어가 부탁했다. “나는 동해 물결에서 튕겨 나온 용왕의 신하다. 그대는 한 됫박의 물이라도 있다면 나를 살려 다오.” 이에 장주가 “좋소. 내가 남쪽 오나라와 월越나라 왕에게 가던 참이니 서강의 물을 거꾸로 흐르게 하여 그 물줄기로 그대를 맞으면 괜찮겠소?”라고 말했다. 그러자 붕어가 화를 내며, “나는 늘 함께하던 물을 잃어 거처가 없는 처지다. 지금 한 됫박 물만 있으면 충분히 살 수 있지. 자네가 이리 말하니 차라리 일찌감치 나를 건어물 가판대에서 찾는 것이 더 나을 것이네.”

아무리 큰 도움도 때를 놓치면 소용이 없다. 숨을 헐떡이는 물고기에게 필요한 건 당장의 물 한 바가지이고, 굶주리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당장의 밥 한 그릇이지 장밋빛 미래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절절하게 필요한 쪽한테 당장 공감을 얻고 제공하는 쪽 역시 만족할 수 있는, 양쪽 모두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다면 다시없는 해피엔딩일 게다. 이른바 양행兩行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양행이란 양쪽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가며 순조롭게 나아간다는 의미라고 한다.

전호근은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를 들어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원숭이들에게는 조삼모사나 조사모삼이나 같겠지만 당장 말라죽을 위기에 처한 학철부어에게는 조사냐 조삼이냐가 아주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길게 보는 비전 제시는 필요하지만 그것도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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