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

by 김대일

저녁을 안 먹은 지 닷새째다.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것이다. 그간 고충이 은근 심했다. 헬스장을 매일 다니는데도 몸무게는 줄지 않는다. 빠지지도 늘지도 않으면 샘샘 아닌가 싶지만 과체중인 상태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나 다름없다. 게다가 개구리배처럼 축 처진 아랫배는 여전히 볼썽사납고.

마누라 잔소리도 간헐적 단식을 부추겼다. 헬스장 다녀 와서 저녁 밥상에 앉아 있으면 밥을 차려 주면서 체증 일어날 만한 구박의 연속이다. 운동하고 밥 먹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눈칫밥 먹느라 마음고생깨나 심했다.

마누라 등쌀이 서럽기도 하거니와 운동을 해도 달라지거나 나아지는 게 도무지 보이지 않아 빡이 친 나머지 저녁을 건너뛰어 보자 우발적으로 결심하고 실행한 것이다. 닷새를 지나가지만 다행히 요요는 아직 없다.

간헐적 단식을 결행하면서 퇴근 이후 라이프스타일에도 변화가 일었다. 전까지는 점방 문 닫자마자 곧장 집으로 달려가 짐을 풀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헬스장에서 땀을 빼고 나면 서둘러 식탁에 앉아 맛있는 저녁 고봉밥을 느긋하게 먹고 자빠졌었지만 그 끼니 때우는 시간을 없애자 풍경이 확연히 달라졌다.

일단 집에 일찍 들어갈 필요가 없어졌다. 저녁 먹는 시간을 없어졌으니 헬스장엘 일찍 갈 필요도 없어졌다. 하여 귀가 시간을 늦췄다. 즉 마감시간은 그대로이지만 점방 문을 닫고 나서 귀가를 서두르는 대신 점방 안 조붓한 공간에서 깎새만의 시간을 가지게 됐다. 기껏해야 한두 시간이지만 그동안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음악도 듣는다. 광안대교 정체가 풀릴 느지막이 차를 몰아 귀가한 뒤 헬스장으로 향한다. 한두 시간 바짝 운동을 하고 나서 집에 돌아와 양치질만 하고 곧장 잠자리에 들면 밤 10시 전후가 된다.

눈에 띄게 변한 건 아직 없다. 아랫배 볼록도 여전하고 1~2kg 빠지긴 했지만 유의미하다 하기엔 아직 미진한 몸무게다. 그럼에도 마음만은 풍성하다. 저녁 밥상에서 게걸스럽게 처먹을 때는 그 먹겠다는 식탐 일념만으로 그날 저녁이 온통 지배당했었지만 지금은 섭식은 섭식이되 그 대상이 먹거리 외에 책이나 글, 음악 가끔은 멍 때리며 공상하는 것으로 다채로워졌다는 점에서 스스로 대견해한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지만 당분간은 즐겨볼 만하다. 비록 아침 허기가 심한 게 흠이긴 하지만 이 또한 몸에 익으면 괜찮아질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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