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기

by 김대일

- 앞으로 우리가 만나면 몇 번을 더 만나겠니?

일광만 학리 방파제 부근 말미잘매운탕으로 꽤 유명한 횟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 모임 중추 격인 형이 툭 내뱉었던 말이다. 그 후로 얼마 안 돼 오랫동안 연을 이어갔던 그 모임에서 자발적으로 탈퇴했다. 그 모임에서 정신적으로 의지를 했던 다른 형의 때이른 죽음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시끌벅적하던 횟집 회동 당시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분위기 반전을 노리려 무심코 던진 그 말이 불길한 예언처럼 작동했을지 모를 일이다.

해묵은 관계라도 단절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세상을 하직하는 극단적 최후로 인해 단절의 시점이 불각시에 당겨지는 경우 말이다. 예언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종종 들어맞을 게다. 멀쩡하던 모임 구성원이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하는 비보가 날아들면 촘촘함과 돈독함으로 유지되던 유대감에 균열이 생기고 만다. 항상 그 자리를 지켰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가 영영 부재하다는 사실을 시시때때로 확인할 적마다 드는 결핍감을 감당하기 힘들어 관계에 대한 중대한 회의감에 직면하고 말지니.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밀려드는 진실, 어떡하든지 회피하고 싶었던 그 진실을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만남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랄지 환희라는 건 실은 지극히 일시적인 쾌락일 뿐 다음을 기약하는 악수 뒤에 밀려드는 허무함이야말로 관계의 본질이라는 걸.

관계 정리는 빠를수록 좋을 성싶다. 단절만이 답일 수 없고 필연적으로 고립을 자초하겠지만 멀찌감치 떨어져 태연하게 고독을 즐길 줄 아는 훈련을 이어가다 보면 관계라는 번다한 그물망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보다는 여생이 보다 담백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올해는 먼저 하직한 그 형의 2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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