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남편이 밭농사를 한다는 경남 밀양 근처로 두릅과 머위잎 따러 지인과 마누라는 출동하곤 했다. 하지만 올봄엔 무슨 연유인지 그 지인이 땄다는 머위잎만 받고 퉁쳤다. 기가 막히게 변절기인 줄 아는 건 입맛이다. 봄이다 싶음 그렇게 맛있던 밥맛도 모래 씹는 기분이 드니까. 그럴 때 그나마 편하게 한 술 뜰 수 있었던 건 이맘때 채취한 두릅과 머위잎이었는데 올해는 살짝 데친 머위잎만 들입다 초장에 찍어 먹는 것으로 그쳐 아쉽다.
두릅 요리법은 여러 가지다. 절이거나 밀가루에 묻혀 튀겨 먹기도 한다지만 깎새네는 그냥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다 동이 난다. 입 안에서 특유의 향기가 감도는 게 일품이고 아삭하고 쌉쌀해 입맛을 돋우는 두릅 식감이 아스파라거스와 어슷비슷하다는데 아스파라거스를 별로 못 먹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아스파라거스가 감히 견줄 깜냥은 아닌 성싶다.
앞에서 밝혔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입맛 떨어지는 걸로 봄이 옴을 감지하는 이상한 버릇이 두드러지는지라 식욕 부진이 의욕 감퇴로 이어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닌 채 움추려 지내기 일쑤다. 그나마 두릅 덕분에 숨통이 트여 연례행사인 양 봄이면 으레 두릅을 씹으면서 전의를 다졌는데 올해는 건너뛸 판이다. 그러니 아쉽다 못해 속상하다.
맛과 향 모두 뛰어나지만, 두릅이 ‘산채의 제왕’으로 불리는 진짜 이유는 바로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두릅은 다른 채소들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칼슘, 철분 등 무기질과 비타민 A, B1, B2, C까지 고루 함유돼 있다.
특히 쓴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은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 환자에게 좋고, 항암 및 항염증 작용, 항산화 활성도 우수하다. 혈관 내 노폐물을 배설해주는 효능도 있어 고혈압과 동맥경화증 등 혈관계 질환에도 이롭게 작용한다.
두릅에서 나는 독특한 향은 정유 성분 때문인데 이 성분은 신경 안정과 집중력 향상, 숙면에 도움을 준다. (국민건강보험 누리집 발췌)
특정한 시기나 계절에 먹어야 영양가 만점인 게 제철 음식이다. 그렇다고 영양소 믿고 입에 마구 처넣는 건 아니다. 기분 탓이겠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겨울이란 계절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어두침침하고 길게만 느껴진다. 계절은 돌고 돌아 봄은 어김없이 올 테고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지 않더라도 출구는 보이게 마련이지만 긴 기다림에 녹초가 된 심신은 회복을 위한 몸조리로 애가 탄다. 그때 마침 등장하는 두릅은, 하여 제철 음식이기 이전에 한 해를 제대로 나기 위해서라도 아니 먹고는 도저히 못 배기는 자양강장제나 다름없다. 두릅을 씹으며 새롭게 전의를 다진다는 표현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올해는 두릅을 못 먹었다. 이걸 어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