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시즌이고 해서 고른 시다. 프랑스말 중에 '클리셰'라고 있다. 미리 만들어 놓은 기성품처럼 진부한 표현을 가리키는데 우리말로 바꾸면 '틀에 박혔다'쯤 된다.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클리셰는 많다. 크리스마스라 모든 걸 용서해야겠는데 크리스마스라 으레 딸려 오는 그것들은 식상해 귀찮다. 근데, 주전자에 물이 끓어 수증기 뽀얀 이발소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이발사와 크리스마스는 어째 신선하다. 이발사인 내가 말해 속이 좀 보이긴 하지만 이 조합 은근 잘 어울린다. 푸슈킨, 난로, 주전자, 성탄목 따위는 이질적인 두 제재를 끈끈하게 엮어주는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앙상블'은 전체적인 어울림을 뜻하는 프랑스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