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일 Jan 16. 2022

시 읽는 일요일(30)

명태

      양명문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며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허허허

명태 허허허 명태라고 음 허허허허 쯔쯔쯔

이 세상에 남아있으리​라​

   ​

   (제일 흔해서 중한 줄 몰랐던 명태. 막걸리 두 통에 사이다 한 병 타 노가리 안주를 곁들인 주안상이 학창시절  낮술 단골 메뉴였다. 요즘도 나는 가끔 동네 반찬가게엘 들러 6천 원 하는 명태조림과 막걸리 두 통을 사 술이라면 질색팔색하는 마누라가 퇴근하기 전에 낮술을 땡기곤 한다. 금값처럼 귀물이 된 지 오래인 명태라 6천 원 조림 속에 들어있는 게 옛날 그 맛이길 바랄 수야 없지만 옛날 기분은 그럭저럭 낼 만하다. 살 한 점 뚝 떼어 입으로 가져가니 이 놈 역시 외롭고 가난한 나의 시가 되었도다.

   콜라겐 덩어리라고 하도 선전을 해대길래 산 명태껍질튀각을 씹으며 <명태>를 읊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9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