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정해우(庖丁解牛)는 포정이 소의 살과 뼈를 발라낸다는 뜻으로 특히 좋아하는 성어다. 정육점 주인으로 전향하겠다는 게 아니다. 포정은 경력 19년차 소 잡는 백정이다. 19년째 수천 마리 소를 잡은 그의 칼날은 방금 숫돌에 간 것과 같다. 소 뼈마디에는 틈새가 있고 칼날에는 두께가 없다. 두께 없는 칼을 틈새에 넣으니 널찍하여 칼날 움직이는 데 여유가 많을 수밖에. 19년이 되었어도 칼날이 방금 숫돌에 간 것 같다는 데는 그런 이유에서다. 포정이 손끝의 재주 따위보다 더 우월하게 여기는 건 소를 마음으로 대하지 눈으로 보지 않는다는 그만의 '도(道)' 다. 이용사 실기 시험에 세 번째 도전하는 나로서는 오늘처럼 포정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오긴 처음이다.
눈 앞에 둔 시험용 가발을 포정처럼 마음으로 대할 자신은 여전히 없다. 다만 '머리카락이 난 길을 따라 빗질은 천천히 가위질은 냉큼냉큼'하라는 60년 경력 부친의 충고를 새기고 또 새길 따름이다. 깎아야 할 머리카락이 빗등에 뭉텅뭉텅 올라오길 제발 바라면서.
이발사 되기 위해 입문한 지 어언 10개월째다. 경지에 오른 포정같은 달인이 돼도 면허증이 없으면 별무소용인 게 요즘 시대다. 10개월이 되었든 10년이 되었든 간에. 같은 시험 세 번은 지겹다. 무엇보다 사람 정신머리를 사납게 만들어 버린다. 오늘로 종지부를 찍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