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by 김대일

이 글을 오늘 오전에 게시할 테지만 지방선거 투표일인 어제 컴퓨터 자판을 열나게 두드리는 나는 내가 사는 동네 시의원에 누가 당선될 지가 몹시 궁금하다. 재선을 노리며 출마한 현 시의원은 인도네시아에 간 용이와 절친이다. 용이 소개로 사석에서 한두 번 만난 적이 있는 시의원은 나와 동갑이다. 나온 학교도 다르고 친구의 친구다 보니 그가 살아온 궤적을 알 리 없지만 19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운동권 출신답게 용이와 함께 진두에서 짱돌과 화염병깨나 던졌다는 무용담은 익히 들어 아는 바다. 청춘의 한때를 치열하게 보낸 투사였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백면서생 같은 첫인상이 인상깊었던 그가 지난 4년 간 벌였던 시 의정활동은 선관위에서 우편 발송한 후보자 정보 자료를 통해 대충 파악했다. 부산 시민을 위해 혼신을 바쳐 봉사하는 일꾼으로서 그 진면목을 드러내기에는 지난 4년 임기가 일촌광음인 양 순식간이라 아쉬움이 너무 크고, 지난 임기의 연장선상에서 간단없는 의정 활동을 이어감으로써 자기를 뽑아준 지지자와 부산 시민에게 보다 살기 좋은 부산을 이룩하는 데 일조하고자 재출마한 거라고 자료를 보면서 나 혼자 넘겨짚은 그의 출사표다.(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교육감, 구청장, 시장, 대통령까지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의 출마 변은 온통 나라와 국민, 지역과 주민을 위해 살신성인하겠다는 미사여구로 대동소이하다. 당선 이후 행보가 공약空約으로 얼룩진 건 차치하고, 그들의 화법은 선거 대비 학원이라는 데가 있다면 똑같은 강사 밑에서 똑같이 배운 것처럼 서로 닮아 있다. 그 시의원 후보가 재출마한 대의를 직접 들어보지 않고도 내가 쉽게 지레짐작할 수 있는 건 선거권을 얻고부터 본의 아니게 맞닥뜨려야 했던 정상배들의 공허한 말장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후보가 정상배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아님을 부각할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도 그의 화법 역시 닮아 있다는 게 못내 아쉽다.)

오늘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그의 당락을 바로 확인할 테지만 나는 당선 이후보다 낙선 이후 그의 행보가 몹시 궁금하다. 당선이면 4년 임기를 이어가다 여세를 몰아 3선까지 도전하거나 여의도 입성의 원대한 꿈을 도모할지 모를 일이다. 향후 그간의 만만찮은 커리어를 내세워 그가 속한 정당을 통해 끗발 센 자리에 낙점받아 정치인이나 행정가로서 어깨에 뽕이 가득 들어간 여생을 누릴 기반을 마련할지 또 모를 일이다. 그럼 낙선하면? 중앙 정치판의 핫 이슈로 부상한 '586용퇴론'이 왜 나오게 됐는지 곰곰이 성찰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그저 개인적인 바람이다. 우리 세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더 많은 걸 욕심낸 건 아닐까? 영화 <친구>의 명대사가 계시처럼 떠오른다.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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