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전원이 안 켜진다

by 김대일

노트북 전원이 안 켜진다. 암만 눌러도 먹통인 노트북의 시커먼 화면을 쳐다보면서 망연자실해하는 나다.

손님 뜸한 가게에서 무료함을 달래자면 노트북만 한 것도 없었더랬다. 노트북 전원을 켠 뒤 매일 올리는 게시글을 구상하고 자판을 두드리는 일련의 행위는 침묵으로 철옹성 같던 시공간을 일시에 짜부라트린다. 꼭 글쓰는 짓일 뿐이랴.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성이 안 차는, 노트북이라서 할 수 있는 재미진 뻘짓에 빠져들면 혼자일 수밖에 없어서 사무치는 외로움이랄지 심심함이 오히려 사치로 여겨질 따름이다.

물론 노트북이 득세를 부리면서 생긴 폐해가 없진 않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듯 노트북에 정신이 홀려 손님 드나드는 줄 몰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언제는 유일한 소일거리랍시고 으스대던 신문, 책은 뒷방지기로 전락한 지 제법 됐다.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거의 병적이다.

그런데 전원이 안 켜진다. 노트북 전원이 안 켜질 때 해결방법을 검색해봤지만 콘센트를 확인하라는 둥 아답터 고장 유무를 파악하라는 둥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만 늘어놓더니 결국 A/S에 맡기라는 뻔한 결론을 내릴 뿐이었다.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게 스마트폰보다 글을 첨삭하는 작업에 훨씬 편하기는 두말하면 입 아프다. 노트북이 먹통임을 확인한 뒤로 작동이 내 맘 같지 않은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을 걸 생각하니 눈 앞이 아득하고 짜증이 막 일었다. 허나 맞갖잖은 투정이다. 가게로 노트북 들고온 지 채 두 달도 안 됐고 그전까지 주야장천 스마트폰으로 꼼지락거렸었는데 무에 그리 불편하다고 난리법석인가. 따지고 보면 원래대로 돌아온 것뿐인데 말이다.

말을 타면 경마도 잡히고 싶은 게 인정이라지만 노트북 없다고 무료함에 짓눌릴 까닭이 없다. 치망순역지 齒亡脣亦支,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면 되는 법. 노트북을 대용할 다른 뭔가를 찾아봐야겠다.

그건 그렇고 노트북 고장낸 걸 알면 마누라 지청구가 장난이 아닐 텐데 이를 어쩐다. 애들 쓰는 걸 가게까지 들고 가서 고장을 내느냐, 한가하게 노트북 볼 시간에 화분에 물이나 한 번 더 주지, 가게 화분은 잘 자라고 있냐…. 따따부따에 그만 옴치고 말 내가 참 고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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