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치 길로 접어들면서부터 한 달 중 어느 때가 가장 느긋하냐면, 매달 1일이면 어김없이 지불해야 할 월세를 여투고 전기세, 수도세, TV 요금, 정수기 할부금 따위 고정비까지 맞춰 넣은 다음에야 가져갈 내 몫을 열나게 챙기려고 아득바득거리다가 제풀에 진이 빠질 즈음인 하순께가 되겠다. 이번 달은 6월 27일부터 정기 휴무일인 28일이 그 예로 적당하다.
마침 27일은 장마전선 영향으로 날씨조차 변덕을 죽 끓듯 해서 안 그래도 썰렁한 점방이 거의 냉찜찔방을 방불케 했다. 속이 쓰리지 않으면 거짓말이겠다. 죽 쒀 개 바라지하는 꼴을 안 당하자면 한 푼이라도 더 내 호주머니를 불리는 애살을 부리는 게 맞다. 하지만 장사라는 게 의지만으로는 될 일이 아니라는 걸 개업 이후 걸핏하면 절감하는 바 괜히 몸달아 봐야 정신 건강만 해칠 뿐이라 속 편히 내려놓는 게 신상에 이롭겠다고 낙착을 지었다. 하루이틀 하고 말 장사가 아니라면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정비하는 날도 필요하겠기니 여기면 마음은 더 여유작작해진다.
군대 얘기를 꺼내서 좀 미안하지만, 주둔지를 떠나 야외에서 숙영을 하며 훈련을 하고 돌아온 부대는 반드시 정비하는 시간을 가진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달을 넘겨서까지 정비에 치중하는 까닭은 고생했으니까 푹 쉬라며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이기보다는 축난 부분을 메우면서 전열을 가다듬으려는 포석이다. 그걸 장사치의 일상에 어쭙잖게 비유하자면, 당장 이번 달 이문에 연연해 부담에 짓눌리기보다는 다음 달, 다음 해, 행여 수전증으로 바리캉을 들지 못하는 그날까지 깎새로서의 직업적 소명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다달이 치르는 의식으로써 그 의미를 자리매김하겠다면 그럴싸할까. 그렇게라도 해서 휑한 장부를 보고 땅이 꺼져라 한숨만 푹푹 쉬는 나를 다잡을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유용하겠는데 말이다.
6월 27일 새벽부터 이슬비였다가 장대비로 바뀌더니 갑자기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치는가 하면 어느새 일진광풍이 휘몰아쳐 천막이 휘청거리리질 않나 온종일 아사리판이던 날에 머리 깎으러 와봤자 몇 명이나 왔겠는가. 이 글은 그날의 좌절감에서 비롯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