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마누라랑 저녁을 먹으며 대중없이 주고받던 대화 중에 '당신은 무슨 재미로 살아?'라며 마누라가 의표를 찔렀다. 슬쩍 당황해하던 나는 입맛에 맞는 답변을 내놓지 못해서 먹던 밥이 꼭 모래 씹는 것만 같았다. 하긴 내 일상이 당사자인 내가 봐도 무료하다는 걸 절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글 한 꼭지씩 끼적거리는 것 외엔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일관되고도 건설적인 어떠한 시도에 무관심한 듯한 행태, 글을 써서 업로드하는 걸 재미랍시고 여기는 것조차 알 턱이 없는 마누라가 보기에는 나처럼 한심하고 답답한 사람도 없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마누라는 모른다. 마누라가 보지 않는 곳에서 나는 쉴 새 없이 놀고 자빠졌다는 걸. 단지 티가 안 날 뿐이지 끊임없이 재미진 것들을 찾아 어슬렁거리고 깨작거리는 중이긴 하다. 골프니 트레킹, 요즘같이 한여름이면 즐기는 수상 레저 따위 눈에 빤히 보이는 활동을 일삼으면서 활력을 찾고 재미를 느끼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비록 행동 반경이랄 것도 없을 만치 제한적이면서 정적이긴 하나, 뭔가에 집중해 결과물을 도출해 냄으로써 도파민을 분비시킬 줄은 안다. 단 권태가 치명적인 약점이라서 그렇지.
재미를 찾아 뭔가에 천착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들인 공에 비해 도출되는 속도가 지체되거나 기대치보다 실현물이 시원찮으면 그길로 나자빠지기 일쑤다. 한마디로 금방 달아올랐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의 표본인 셈.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일 년 넘게 매일 글을 게시하는 짓은 내 성향과는 아주 동떨어진 파천황의 사태다. 들인 공(매일 글을 쓰다)에 걸맞은 쾌감이랄 게 그닥 없는데도 습관처럼 이어가는 걸 보면 내 패러다임에도 긍정적인 균열이 생겼을지 모를 일이다.
혼자서 꼼지락거리는 짓만은 고수할 작정이다. 다만 싫증 내지 않으면서 오래오래 즐길 수 있는 뭔가에 꽂혀야겠는데, 부쩍 '작곡'에 마음이 기운다. 음계 모르고 악보도 볼 줄 모르는 음알못이 감히 '작곡'에 흑심을 품을 수 있게 된 건 순전히 좋아진 세상 덕분이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만드는 작곡 앱이 수두룩한 걸 뒤늦게 안 나는 혼자서 흥얼거리는 소리를 악보로 구현해 보고 싶은 욕구로 벌써부터 흥분 상태다. 한 꼭지 글을 완결시켰을 때의 쾌감과 한 곡의 노래를 완성시켰을 때의 쾌감은 같을까 아니면 더 자극적일까.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얼른 앱을 깔아야겠는데 곧 난관에 봉착한다. 많은 앱들 중에 어떤 게 나한테 수준이 맞고 요긴할지 판단이 안 서서다. 앱 정보를 여기저기서 찾아봤지만 어떤 건 광고를 대행하는 듯한 냄새가 나고 신문 기사에까지 소개되어 인지도가 높은 앱은 정작 리뷰가 거의 테러 수준이다. 혹시 쓸 만한 앱을 알면 추천해 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