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란 집의 한 종류다. 벽이 없이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은 집. 이런 집은 놀거나 모이기 위해 세우게 마련이다. 벽이 없으면 사방을 바라볼 수 있다. 팔방에서 햇빛이 어떻게 사물의 하루를 거두어 가는가를 알 수 있다. 정자는 여유와 관조의 다른 이름이다. (성석제, 『즐겁게 춤을 추다가』에서)
이왕이면 탁 트인 바다 전경이 펼쳐진 곳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 새벽 여명이 밝아올 즈음 일찌감치 정자로 나가 돗자리를 펼쳐 바리바리 싸들고 온 막걸리 댓 병과 전, 두부김치, 보쌈, 골뱅이 무침, 홍어삼합 따위 안주 일체를 손가락만 까딱해도 집을 수 있는 데다 가지런하게 진열해 놓은 뒤(후식으로 제철 과일도 잊지 않았다) 그길로 나동그라져서는 해가 이울 때까지 '팔방에서 햇빛이 어떻게 사물의 하루를 거두어 가는지'를 유유자적하게 누렸으면 좋겠다고 하는 일 없이 귀하디 귀한 휴무날을 다 탕진한 다음 날 바라고 자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