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즐겨하던 글쓰기가 버거워져서 고민이 많다. 매일 쓰는 짓이 관성이 되면 그만두는 게 맞다. 쓸수록 괴로워지니까. 하지만 왜 글쓰기가 버거운지 알고나 그만두자며 고민의 고민을 이어가면 나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가 일어 더 괴롭다.
나는 밑천이 많이 달리는 놈이다. 남들보다 많이 읽지도 못했고 남들보다 많이 써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것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낭패인 건 생각하는 데 남들보다 서툴다는 거다. 달리 말해 직관적이고 즉흥적이라는 거다. 아마도 눈 앞에 닥친 현실에 급급하던 생활 패턴이 굳어져서일 게다. 오래 많이 생각하면 먹고 사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고 방식이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간의 머릿속 깊숙이 뿌리 박혀 있다. 모든 걸 순간적으로 포착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마름에서 중후함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들 심금을 울리고 오래오래 회자되는 명문은 그럴싸한 낱말과 구절의 조합이 아니다. 오랜 나날에 걸쳐 심사숙고하고 이를 연마한 뒤 글이란 도구를 빌어 잘 버무린 생각들의 조합이다. 하여 독자들은 그 글을 통해 필자의 사상에 감화되어 독자 자신의 정서를 함양하고 이성을 가다듬게 된다. 그러니 글을 잘 쓴다는 건 남들이 생경해하는 낱말이나 벌여 놓거나 흥미와 자극에 기댄 경박한 필체로 호리는 게 아니다. 작가들이 왜 인적 드문 촌구석 움막 같은 데 틀어박혀 집필 활동을 자청하는지 늘 궁금했다. 궁극의 침묵 속에 빠져 들면 더 좋은 글이 써질까. 아닐 게다. 어쩌면 그는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보다 진중해지기 위해서 스스로를 침묵 속으로 내모는 건지 모른다. 그렇게 숙성된 생각들이 쌓이고 쌓이면 자연스럽게 창작의 물꼬가 터질 거고 비로소 명문으로 드러나는 게 아닐까. 아, 하지만 나는 너무 직관적이고 즉흥적이다.
감히 바라건대 나는 정말 글을 잘 쓰고 싶다. 전업작가는 언감생심이고 변경의 아웃사이더로 살지언정 제대로 된 글을 또박또박 쓸 줄 아는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으로 살고 싶다. 허나 갈 길은 험난하고 아득하며 지금의 나는 형편없는데다 개선의 기미조차 잘 안 보인다는 엄연한 사실에 너무 뼈아프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 먼 절간으로 떠날 처지가 못 되니 생각의 저변을 넓히려는 다른 좋은 수가 없을까. 활자 중독자마냥 글자만 보이면 닥치는 대로 물고 뜯고 씹고 맛보면 나아질까. 아니면 깜냥도 안 되는 주제에 끼적대는 주접이나 더 떨어야 할까. 답도 없는 생각만 많아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