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증을 장롱 속에 처박아 뒀던 마누라가 본격적으로 운전을 해보겠다며 나보고 도로 연수를 시켜달랬던 게 한 2년 전이었다. 그 당시 다니던 회사 사장이 마누라 업무 편이를 돕겠다면서 회사차를 빌려줘서 그 차로 한창 운전에 재미를 붙이려는데 불의의 사고로 그만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집 근처 마트의 지하 주차장으로 몰고 가다가, 알프스 그림젤 패스를 방불케 하는 꼬불꼬불한 길에서 방향감을 놓쳐 차단봉을 작살내 버렸던 게다. 마음씨 좋은 주차장 주인이 굽어 살펴 없던 일로 무마되긴 했으나 마누라는 그 사고의 트라우마가 대단했던지 우리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다 차를 박아 두곤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이후 다른 회사로 적을 옮기는 바람에 회사차까지 반납하자 자기 사전에 운전이란 단어는 없다는 식으로 굴더니만 얼마 전에 그 당시 회사차와 차종은 같은데 연식은 얼마 안 된 중고차를 지인으로부터 싼값에 불하받은 이후로는 다시 운전 맛을 들이려고 예열 중인 마누라이다. 게다가 대학원 시험을 치른 뒤 시간이 남아 도는 큰딸이 노느니 염불한다고 필기시험 합격하자마자 곧장 운전학원엘 가 실기 등록을 마치자 입만 열었다 하면 차 운전 얘기 아니면 모녀가 할 말이 별로 없는 요즘이다.
명절 연휴랍시고 겨우 이틀 쉬는데 추석날 일찍 잠자리에 든 나를 기어이 깨워설랑은 다음날 차가 뜸한 아침에 도로 주행을 같이 나가자고 부탁 아닌 엄명을 내리는 마누라 등쌀에 연휴 편하게 보내긴 글렀구나 싶었다. 아침 7시에 나가 1시간 30분 가량 우리가 사는 해운대 신시가지와 송정 주변을 배회한 것도 모자라 오후 나절에는 막내딸 팥빙수 사먹인다는 핑곗거리를 대고 또 차를 몰아 청사포, 기장을 쏘다니다 보니 운전은 마누라가 했는데 내가 되레 앓아 눕게 생겼다. 운전이라는 게 한번 손맛을 들이면 쉽사리 운전대 놓기 어려워서 앞으로 얼마나 더 조수석을 지켜야 할지 난감하다.
마누라가 세운 가시적인 목표가 차로 가면 15분 거리인 마누라 회사까지 능수능란하게 출퇴근하는 거라서 차가 뜸한 신새벽에 마누라가 회사까지 안전하게 운전해서 가는 걸 보고 점방엘 갔다가 일 마치면 다시 마누라 회사로 가서 마누라가 안전하게 우리집까지 운전해서 오는 걸 지켜보는 나날이 당분간 이어질 듯싶다. 피곤하긴 한데 마누라든 큰딸이든 어서 빨리 운전이 능해졌으면 좋겠다. 운전석에만 앉았다 하면 눈은 침침해지고 삭신까지 쑤셔서 차 모는 짓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무엇보다 전철이나 버스 따위 대중교통을 애용하면서 수굿해진 성질머리 더러워질까 우려스러워서라도 운전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