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 없이 번다해서 명절 앞 머리 깎을 때를 놓쳤다는 손님 두 사람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월요일 점방 문을 열자마자 득달같이 들어왔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이 동네 주민은 아니고 머리 깎겠다는 일념 하나로 서면에서부터 전철 역 4코스 거리인 여기까지 흘러왔다는 거다. 막상 연휴가 다 가니까 더벅머리가 그렇게 꼴 뵈기 싫을 수가 없었다는 고백까지 똑같았다.
문을 열긴 했는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끝물이라고는 하나 연휴인 데다가 오가는 차랑도 행인도 드문 한산하기 짝이 없는 풍경을 헤집고 누가 머리를 깎으러 오겠나 싶어서였다. 차라리 안 하면 안 했지 자고로 명절 목욕재계는 명절 전에 다 마쳐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 동네 장사로 밥 벌어먹고 사는 점방은 명절 쇤 직후라면 파리 날리기 일쑤일 거라는 선입견도 한몫 거들었다. 그렇게 휑뎅그렁할 점방에서 집에서 바리바리 싸온 동태전서껀 명절 음식 펼쳐 놓고 명절 특선 영화나 보면서 연휴 막바지를 즐기려던 참이었는데 웬걸, 손님 제법 드는 평일 매상에 버금가게 올라와서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실은 집보다 오히려 더 마음이 편해진 점방에서 식구들 눈치 안 보고 느긋하게 혼자서 꼼지락꼼지락 놀고 자빠지리라 작심했건만 대신 매상이 꽤 알진 게 꿩 대신 닭 그 이상이다. 하긴 사글세만 떠올리면 하루하루를 공으로 보내서는 안 되는 게 맞다.
★ 학습 효과 - 명절 연휴가 아무리 길어도 명절 당일과 다음날 이틀만 쉬고 무조건 점방 문을 연다. 누가 들어와도 들어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