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 안 남은 이빨에다 위 아래 틀니를 겨우 걸어 저작하시던 모친이 틀니를 빼고 본의 아니게 곡기를 끊은 지 며칠 되셨다. 아랫쪽 틀니 일부가 떨어져 그 사이로 들어간 음식 찌꺼기로 잇몸이 자꾸 쓸렸나 보다. 명절 맛난 음식은 눈으로만 자시고 밍밍한 죽이나 요구르트 따위 유산균 음료로만 끼니를 때우다 보니 먹성 좋은 모친 얼굴이 며칠 상간에 할쭉해졌을 정도다.
휴무날인 어제 모친 모시고 치과엘 갔다. 5년 전 모친 틀니를 장만했던 곳이자 부친과 내 임플란트를 도맡았던 치아에 관한 한 우리집 주치의인 고등학교 선배가 원장인 그 치과이다. 5년 전 챠트긴 하나 모친 치아 상태 기록이 남아 있고 휠체어가 아니면 거동 자체가 힘든 모친의 애로를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해 줄 '형님'이 원장으로 있는 치과행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익숙하면 마음이 놓이는 법이니까.
틀니를 걸 만한 이빨이 없을 정도로 부실해진 아랫니쪽은 탈이 난 부분 틀니를 수선해 쓰는 대신 전체 틀니로 교체하자고 원장 형님은 권했다. 아랫니 다섯 개가 다 깨지고 썩어 있긴 해도 다행히 염증은 없어서 새 틀니를 끼워 넣을 수 있게 이빨을 판판하게 가는 선에서 급한 치료는 일단락하겠지만 만약 아랫니를 꼭 빼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되면 이빨을 빼고 난 자리를 물질로 메워 넣어 틀니 위치가 안 흔들리게 만드는 후속 조치가 향후에 필요할 수 있음을 또한 분명히 밝혔다. 하루에 약만 수십 알을 털어 넣어야 하는 모친 처지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미봉책이라는 데 나 역시 동감하는 바라 이견을 달지 않았다.
아랫니를 갈고 대강 본을 뜬 것으로 어제 치과 볼일은 끝냈지만 앞으로 네댓 번 들락거려야 한대서 당분간 화요일 휴무날은 모친과 치과 다니는 게 최우선순위 일정이 되지 싶다. 병원 모시고 다니는 거야 이골이 나서 큰일도 아니다. 그저 아프지만 마시고 하고 잡은 거 다 하시면서 여생을 즐기시는 모친이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서울 동생이 명절 못 오는 대신 용돈 얼마를 부친 계좌로 보냈는가 본데 주는 족족 다 써버린다면서 부친은 5만 원만 모친에게 건네줬다. 치과를 나와 주간보호센터로 모시려는니까 마트엘 잠시 들르자는 모친. 그길로 센터 직원들 먹일 거라면서 스무 병 들이 비타민 음료 두 박스, 센터장 명절 선물용 복분자 음료 한 박스, 그것도 모자랐는지 모친을 잘 대해 주는 직원들한테만 따로 줄 거라면서 캔커피도 세 개나 샀다. 우수리 2,100원 달랑 남기고 5만 원을 몽땅 써버린 모친한테 쓸데없이 돈 낭비한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았지만 기마이 쓰기 좋아하는 모친이야말로 정말 모친답다. 뭐든 좋으니 늘 강건하셨음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