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노인

by 김대일

하루 평균 이동 거리 12.3㎞에 노동 시간은 11시간20분. 이렇게 일해서 버는 일당이 1만428원. 시급으로 환산하면 948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9160원의 10% 수준이다. 이처럼 고된 일상을 버티며 생계를 위한 유일한 활동으로 폐지를 줍는 노인이 전국에 최소 1만4800명, 최대 1만5181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5일 공개한 ‘폐지수집 노인 현황과 실태 연구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폐지 줍는 노인의 규모와 생활 실태를 파악한 것은 처음이다. 열악하다는 말로도 다 표현하지 못할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여적- 폐지 줍는 노인>, 경향신문, 2022.10.06.에서)

곗돈 받으러 오는 계주마냥 한 달에 한 번 신문이나 폐지 따위를 가지러 내 점방을 찾는 노인은 부친 점방에서 추천한 '폐지 줍는 노인'이다. 폐지를 주으러 손수레를 끌고 거리를 배회하는 노인들이야 한둘이 아닌데 신문을 양도하는 데 있어서까지 '줄 만한' 노인을 가리는 부친 특유의 선발 기준이 궁금하지만 다달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매달 같은 날에 신문 꾸러미를 거둬 가는 근면 성실만은 인정하고도 남음이다.

항상 노인은 점방 문을 몆 번 두드린 뒤, 그 소리를 듣지 못한 내가 문을 열지 않으면,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서 몹시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실례합니다"를 연발한다. 내가 아는 척을 하면 머리에 쓴 모자를 벗고 고개를 연신 조아린다. 그 모습은 마치 초기 산업사회 시절 자본가 앞에서 벗은 빵모자를 손에 쥐고 쩔쩔 매는 노동자를 그린 삽화 같아서 영 마땅치가 않다. 점방 한 켠 탕비실에 그간 쌓아둔 신문 꾸러미를 모두 수거하고 나면 다시 모자를 벗어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 노인은 손수레를 끌고 제 갈 길 간다.

칼럼을 읽으면서 그 노인이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당연했다. 문득 궁금하다. 점방에서 구독하는 신문은 하루에 5부, 한 달을 모으면 100부가 조금 넘는 신문 꾸러미가 노인의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일지, 깍듯하지만 민망한 인사를 받을 만치 값어치가 있는 건지.

이번에 오면 박카스라도 한 병 건네야겠다. 칼럼을 안 봤으면 모르지만 본 이상 그냥 보내는 건 도리가 아닌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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