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정현종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모든 귀가 막혀 있어
우리의 행성은 캄캄하고
기가 막혀
죽어가고 있는 듯.
그게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걸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는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듯.
(확실히 듣는 게 말하는 것보다 어렵다. 씨월거리고 나면 속은 시원할지 모르겠으나 밀려드는 허탈을 감당해내는 건 벅차다. 듣겠다고 마음먹을라치면 말할 때보다 몇 곱절의 인내가 필요하지만 다 듣고 나면 승기를 잡은 양 대화의 우위를 점한다.
시의 서두가 강렬하다. 불행은 경청할 줄 몰라서, 비극은 경청하지 않아서. 하지만 퇴근하는 전철 간에서 태극기 문양이 선명한 배지를 꽂은 노인네가 이어폰을 안 꽂은 채 틀어놓은 편파적인 정치 동영상 유투브를 듣는 건 정말이지 고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