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가다

by 김대일

2주 연달아 동네 한의원엘 찾았다. 그제 들렀을 땐 시침에 부항까지 떴다. 목에서 어깨까지 무거운 바위를 인 듯 늘 뻐근하다. 뻗뻗하게 굳어 살짝만 눌러도 경기가 나게 아플 지경이면 현기증까지 인다. 직업병의 일종이지 싶다.

젊은 한의사는 침을 곧잘 놓는다. 게다가 통증 부위에 사혈기를 이용해 부항을 뜨고 독혈을 빼내고 나면 몇 달 간은 신간이 편하다. 주기적으로 찾아서인지 아는 체하는 한의사가 잠은 잘 자느냐고 지난 주에 이어 또 물었다. 그의 질문은 현기증과 잠의 상관 관계를 암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면이면 침이나 부항으로 간단히 해결할 문제가 아닌 심각한 상황일지 모른다는 의미로 나는 읽었다.

늦어도 밤 11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고 녹초인 채 수마의 노예가 되어 버리는 꼴은 점방 열고부터 생긴 버릇이다. 새벽 2~3시 볼일 보러 잠깐 깨는 것도 규칙적이고 5시15분 기상이 4시50분으로 당겨진 건 서너 달 전부터다. 곧 죽어도 6~7시간 이상 자겠다는 철칙을 관철시키려 애쓰지만 점점 강고해지는 피로를 상쇄하지는 않더라. 출퇴근 전철 간에서 책 보는 재미가 쏠쏠했건만 책 대신 쪽잠으로 출근 시간을 때운 지 좀 됐다. 수면 시간 말고는 말짱하게 깨어 있겠노라는 다짐이 속절없이 깨져 버린 속상함 대신 30여 분 나른한 단잠의 유혹이 심신을 지배할 만큼 만성화된 무기력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 손님이 점차 늘면서 몸 놀리는 강도는 전보다 세졌는데 반해 원상회복에 필요한 휴식 시간은 예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줄었으니 밑지는 장사나 다름없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푹 쉬면 좋으련만 무언가에 쫓기듯 번다한 일상은 새벽 전철에 의지해 그런 짬만 허용할 뿐이다.

한의사가 긴하게 설명을 달지는 않았지만, 만성적인 피로에 의한 숙면 덕에 현기증으로 촉발된 불길한 전조는 없던 일로 쏙 들어갔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만 또 걱정이다. 철마다 한의원 들러 침 맞고 부항을 떠야 겨우 몸을 추스르는 게 정상적인 몸 상태인지, 이대로 세월 보내다 또 어떤 고장을 일으킬지, 활력을 되찾을 방법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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