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다섯 번 만에 겨우 이용사 자격증을 딴 장 샘이 카톡으로 개업 소식을 알렸다. 이용사 자격증을 한번에 딴 아들과 함께 꾸리지 싶다. 반송이라는 동네인데 거기서도 아랫반송에 점방을 차렸다고 한다. 몇 년 전 구청 일자리센터 직업상담사로 석 달 가량 윗반송 주민센터에서 일한 적 있어 그 동네가 낯설지는 않다. 반송은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다. 고령층이 많은 윗반송에 비해 청장년층이 득세하는 아랫반송은 따라서 상대적으로 활기차고 세련된 편이다. 장 샘 프로필 사진으로 올라온 점방 전경을 보니 프랜차이즈 체인인가 본데 깔끔하고 산뜻한 분위기가 젊은층에 어필하기 딱이겠더라. 구색은 제법 갖춘 셈이다. 허나 개업을 서두른 장 샘과 그 아들의 결정이 과연 합리적인 발상이냐는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적잖이 아쉬웠다.
어떤 자격증을 막론하고 수습생활은 필수적이다. 실무와 연습은 분명 다르니까 말이다. 수습이 선험자의 실전 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워 내 것으로 내재화하는 일련의 과정이면서 점방을 요령껏 꾸리기 위해 필요한 손님 응대라든지 트랜드 분석 따위 상술을 체득하는 시기로써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나는 본다. 수습생활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부친이 등 떠밀어 자격증을 따기도 전에 다른 커트점에서 1년 반, 따고 나서 실무 학원에서 비슷한 기간을 담금질하고 나서야 나는 점방을 차릴 수 있었다. 내 경험에 비춰 보건대, 수습생활이 길면 길수록 초심자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시행착오를 현저히 줄이고 장사 중에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변수나 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생력 예방 주사를 맞아 특효를 볼 확률이 높아진다.
돌이켜보면 개업하고 1년 여 동안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아찔한 순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다. 내가 깎는 방식 자체를 백안시하는 손님 앞에서 당황해하는 나를 상상해 보시라. 내 이발 기술을 무시하는 손님들을 상대로 앞으로 장사해서 밥 벌어먹을 수 있겠냐는 근본적인 회의와 불안은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르는 심정이다. 그럼 어떻게 극복할 텐가. 위기의 순간에서 발하는 힘은 수습생활에 쏟았던 노력과 정성이 추동한다고 나는 확신한다. 손님이 싫어하는 스타일을 굳이 고수할 필요가 없다. 스타일을 살짝 비틀어 응용하거나 과감하게 탈피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국면을 전환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 기술에 대한 신념과 뚝심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신념과 뚝심은 수습생활에서 다져진 기초에서 비롯되기 마련이고. 짧은 시행착오를 극복하면서 전의를 다진 나는 새롭게 업그레이드됐고 지금은 여유만만하고 자신만만하다. 하여 점방은 순항 중이다.
내가 알기로 장 샘의 수습생활은 짧았고 용의주도하지 못했다. 그 아들 역시 실무 학원을 몇 달 드나든 게 다다. 하루라도 빨리 점방 차리겠다는 욕심이 앞서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서두른 게 분명하다. 작년 가을 장 샘이 내 점방에 놀러왔을 때 나는 게거품을 물면서 수습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자가 같이 꾸리는 점방이면 더 신중히 준비해야 하는 게 맞다고도 역설했다.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남보다 타격이 두 배나 크니까 말이다. 아랫반송에 차린 점방의 입지는 분명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손님 유치다. 젊은층이 많다는 건 높은 구매욕에 비례해 빠른 이탈률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타일 가꾸기에 가뜩이나 까칠한 젊은 손님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재방문율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중장년층에 비해 젊은층이 특히 각박하다는 건 장사를 하면서 본능적으로 체득한 바다. 그런 위기에 직면했을 때 모자가 상황을 어떻게 반전시킬 것인가가 개업하고 1년 동안 주시할 관전 포인트다.
눈치챘겠지만 나는 그들 모자가 벌여 놓은 판에 회의적이다. 개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비용을 아낄 수 있을 만큼 아껴 남는 자금을 쟁여 두는 게 이롭다. 깎새의 기술력이 매출의 원천이지 겉만 번드르르하다고 해서 손님이 몰리지 않는 게 커트점이다. 그럼에도 초기 창업비용이 많이 드는 프랜차이즈를 택한 건 오판이다. 게다가 점방에 들어가는 고정비 부담을 예상한다면 불요불급한 것들은 사전에 차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초기 창업비용도 모자라 매달 고정적으로 프랜차이즈 로열티 지불이라는 굴레를 왜 굳이 사서 짊어져야 했는지 나로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 모든 걸 너끈히 감당하고도 남을 만큼 그들은 그들의 기술력을 믿고 있는 건가. 만약 뜻대로 점방이 돌아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를 가지고 있긴 한 걸까.
장 샘이 카톡을 보낸 까닭은 뻔했다. 조만간 짬을 내 들르겠다는 답신은 보냈지만 당장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석 달 혹은 대여섯 달이 지난 뒤 그들을 만나볼 작정이다. 그때 분위기를 보면 점방의 향방을 어림짐작할 수 있을 테니까. 제발 오늘 이 글이 오류투성이라서 수정되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