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직의 『상식의 힘』이라는 책을 보면 어떤 한국인이 헝가리에 갔다가 거기서 사회주의적 분배 방식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사과 장수 할머니가 사과를 팔고 있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과를 사 가는데 그 할머니가 하나는 좋은 것, 하나는 나쁜 것 이런 식으로 섞어서 팔아요. 한국 사람이 할머니에게 “돈을 더 줄 테니 좋은 것만 달라”고 했더니 할머니가 “너한테는 안 팔아” 했답니다. 왜 그 사람들은 그렇게 살까요? 어리석어서? 왜 한국 사람은 모두 다 좋은 것만을 원할까요? 다 나름의 입장이 있죠. 할머니 얘기는, 먼저 온 사람이 좋은 것 다 가져가면 뒤에 온 사람은 뭘 가지고 가느냐는 거고, 한국 사람은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났으니까 좋은 걸 가져갈 자격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죠. 그러니까 한국인은 잠을 편안하게 못 잡니다. 먼저 일어나서 좋은 사과를 차지해야 하니까 피곤하게 삽니다. 평생 죽어라 일만 하면서 사는 거예요. 늦게 오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죠. 정의로운 사회가 맞나요? (전호근, 『한국철학사』에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먼저 많이 잡아 먹는다는 사고방식은 이제 시대착오적이다. 이른바 인류세의 종말적 질주를 막는 인류의 획기적인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유한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콩 한 쪽도 나눠 먹어야 그나마 현재 누리는 번영을 좀 더 연장시킬 수 있다는 얘기겠다. 그래야 사과 파는 헝가리 할머니의 상식을 수긍할 수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