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95)

by 김대일

하루살이와 나귀

권영상


해 지기 전에

한 번 더 만나 줄래?


하루살이가 나귀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저녁은 안 돼

내일도 산책 있어

모레, 모레쯤 어떠니?


그 말에 하루살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섭니다


넌 너무도 나를 모르는구나

(중국 당나라 때 문장가 겸 시인인 한유가 절친인 유종원의 사망에 임해 쓴 <유자후묘지명柳子厚墓誌銘>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사람이란 곤궁할 때 비로소 진정한 절의가 나타나는 법이다. 평상시에는 서로 아껴주며 주연이나 오락에 서로 부르고 불려가며 농담도 하고 사양도 하면서 지낸다. 그러다가 때로는 서로 손을 맞잡고 간과 쓸개를 서로 꺼내 보이면서(간담상조肝膽相照) 하늘을 가리켜 결코 죽어도 배신하지 말자고 맹세하여 참으로 믿을 것처럼 한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터럭만큼의 이해관계에라도 얽히면 마치 서로 모르는 듯 눈을 부라리며 반목하는 것이 보통이다. 함정에 빠져도 그 사람을 구해 주기는커녕 도리어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고 또 심지어 돌까지 던지는데 거의가 다 이러하다.​


하루살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귀가, 나귀를 섭섭해하는 하루살이가 누구나 될 수 있다. 나를 알아주는 친구 셋만 있으면 그 인생은 성공적이라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러니 친구 많다고 함부로 나대는 게 아니다.

동시가 의외로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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