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같이 다니는 노부부

by 김대일

일주일에 하루는 꼭 낚시를 가는 팔순 노인은 개업 때부터 단골이다. 고기가 잡히든 안 잡히든 낚시대 메고 배를 안 타면 직성이 안 풀리는 갯가 사람 특유의 루틴이 거칠 것 없는 언사며 투박한 품에 더해 집안 꼴이야 어찌 되건 말건 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꼴같잖은 한량 혹은 마초로 읽히기 딱이었다.

그런 노친네를 다시 보게 된 계기는 다름아닌 목욕이다. 일주일의 한 번 꼭 가는 건 낚시뿐만이 아니었다. 노부부가 다정하게 집에서 1시간 넘게 걸리는 해운대 한화콘도 사우나까지 가서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다 오는 게 낚시만큼 일상의 낙이라고 했다. 낚시는 혼자 가도 마나님과 동행하지 않으면 목욕탕엘 아니 간다는 철칙에서 이 노친네 실은 마초가 아니라 순정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보통은 점심 지난 오후쯤에 들르곤 하던 노친네가 어제는 간판 회전등 전원을 켜자마자 부리나케 찾았다.

- 우얀 일입니꺼? 식전 댓바람부터 오시는 기?

- 할마시랑 목욕갈라고.

- 이리 일찍 가십니꺼?

- 집에서 점심 묵을라믄 일찍 나서야지.

- 굳이 먼 데까지 갈 건 뭡니꺼?

- 거가 물이 좋아. 할마시도 거 아이믄 안 갈라케.

- 해운대면 근방에 맛난 데가 많던데.

- 식당 안 가. 둘이서 밥 한 공기를 다 못 묵어. 식당 드가서 1인분만 시키믄 가게 주인이 싫어해.

- 그라믄 목욕만 하고 옵니꺼?

- 두어 시간 지지다 집에 와서 신랑각시 오순도순 밥 묵으면 됐지 뭐.

이걸 물어본다는 걸 깜빡 했다.

- 어무이랑 외출 나갈 때 나란히 손 잡고 갑니꺼 두어 발짝 앞서 갑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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