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MLB닷컴에서 메이저리그 타자 35명, 투수 35명을 대상으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어떤 통계지표(스탯)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챙길까’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적이 있다. 타자 응답자 중 10명이 OPS(On base Plus Sluggling, 출루율+장타율의 합)를, 투수 10명은 이닝·출장경기 수를 가장 중요한 스탯으로 꼽았다(2018.05.09. 경향신문, 스포츠면).
야구 지식을 논하라고 하면 꺼낼 말이 이내 궁해지지만, 마운드 위 투수가 공을 던지면 상대팀 타자가 냅다 받아치고서는 마름모꼴 네 귀퉁이에 박힌 물건(베이스base/누壘: 적의 침입을 막으려고 튼튼하게 쌓은 구축물, ‘보루堡壘’)을 차례로 밟은 뒤 원래 위치로 돌아와야지만이 점수를 얻게 되고 주어진 기회(정규 9이닝) 안에 누가누가 점수를 더 많이 획득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게 절대 불변의 야구 룰이라는 것쯤은 안다. 하여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공격하는 측은 한 명이라도 더 살아 나가 지근지근 베이스를 밟아야 하고 수비하는 측에서는 어떡하든지 공격팀 타자의 출루를 막으면서 잡은 승기를 수성하기 위해 이닝을 잠식하는 것이 당면한 지상과제임을 쉽게 간파한다. 그해 실적이 이듬해 연봉 고과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고 보면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악착같이 개인 성적에만 매달리는 게 프로선수의 인지상정일 텐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서 나가겠다는 일념(출루율)서껀 이닝 이터에 목을 매는 데는 타자든 투수든 '우리 팀One-Team' 승리를 위해 이 한 몸 초개처럼 내던지겠다는 멸사봉공의 대의가 깔려 있는 듯해 대견하기까지 하다.
요즘 가장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이 뭐냐고 나한테 묻는다면 단연 <최강야구>다. 처음에는 은퇴한 '예능 선수'들의 변종 놀이판으로 폄하했었는데 야신 김성근 감독이 등장한 뒤로는 더 이상 경박한 예능이 아닌 다큐멘터리의 리얼리티와 무게감을 만끽하며 직관하는 중이다. 7할 승률이 난망하면 그 즉시 프로그램 폐지라는 낭떠러지 승부수를 내걸었기에 매 경기는 흥미진진하면서도 박진감이 넘친다. 이룰 거 다 이루고 벌 만큼 번 은퇴 선수들에게서 현역 시절의 테크닉을 바랄까마는 돈을 받고 출연하면 그게 프로고 선수들 뒤에 있는 가족들, 방송 스탭, 그 스탭의 가족들까지 프로그램에 매달린 사람들의 밥줄을 위해서라도 프로그램 폐지만은 막아야 한다는 프로의 책임감을 역설하는 야신 앞에서 어떻게 비장한 승부욕이 발동되지 않으리. 내가 매료된 <최강야구>의 매력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현역 선수들과는 달리 훈련을 다시 재개했다고는 하나 예전과 같은 몸뚱아리도 운동 감도 아닌 은퇴 선수들이 배터박스에서 출루에 용을 쓰고 마운드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잡으려고 애면글면하는 모습에서 화려했던 현역 때와는 다른 인간적인 애틋함에 뭉클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겠고 그걸 노린 프로그램 제작진은 참으로 영악하다. 무엇보다도 '우리 팀One-Team’의 승리를 위해 이른바 '잘 나갔던 선수'들의 나 아닌 우리에 녹아든 멸사봉공이 유난스러워 나로서는 반갑기 그지없다. 한편으로 야구가 이렇게 재미있는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열광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한국 야구는 몰락할 수밖에 없는지 의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