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걸맞은 상술

by 김대일

얼굴 반절이 마스크로 덮인 학원생들의 나이를 눈매나 머리 스타일만으로 가늠하기란 정말 어렵다. 특히 평소에 자기 관리가 철저한 편인 여자는 대체로 제 나이보다 몇 살은 접고 들어가다 보니 대부분이 여자인 학원생들 사이에서 내가 과연 늙은 축인지 젊은 축인지 몰라서 위계가 안 선다. 오리무중은 이럴 때 쓰라고 나온 말 같다.(우스개소리니까 오해 마시길. 학원생들 사이에서는 '샘'이라는 존칭을 붙이고 서로 경어를 쓰기 때문에 위아래가 없어서 생기는 불상사 따위는 없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어쩌다 같이 차라도 마시려 봉인해제된 면상들을 보고선 깜짝 놀란다. 내가 다니는 학원 여자들만 그런 건지는 몰라도 하나같이 때깔 곱고 싱그럽기 그지없다. 더 놀라운 건 그들 대부분이 나와 자치동갑이거나 아래 위로 기껏 서너 살 정도밖에는 터울이 안 지는 동년배들이라는 사실이다. 밀려도 너무 밀리는 내 액면이다.

이미용 기술 배우자고 모인 사람들이 공교롭게도 4~50대가 주류를 이루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다. 손이 더는 안 갈 만큼 자녀가 이미 컸거나 죽지 못해 하던 일은 막살하고 하고 싶고 해볼 만하다고 여길 제2의 천직으로 전향하는 데 요구되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어느 정도 구비한 연령대.(나처럼 면허 시험에 줄기차게 낙방하면 계획에 큰 차질을 빚으니 유의해야 한다) 그러니 유유상종, 끼리끼리 놀고 자빠진 거다.

우리나라 인구비중이 가장 큰 연령대는 50대(859만 명)로 16.6%를 차지하고 다음이 40대(15.9%), 60대(13.5%) 순으로 40대 이하 인구 비중은 줄고 50대 이상은 계속 증가하는 '항아리형 인구 분포'가 심화하고 있다고 한다.(한겨레 기사, 2021.07.07.)

아이를 낳지 않는(낳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현실적이겠지만) 풍조로 우리나라가 점점 인구절벽으로 치닫는다는 우려나 되뇌이자고 끼적거리는 건 아니다. 정부 관계자(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까지 장년층 인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인구 분포의 비대칭성을 시인하는 마당에 앞으로 먹고살 거리의 핵심은 '나 많은 사람 구워삶기'가 될 테니 앞으로 장사로 벌어먹겠다고 마음 굳힌 사람이면 그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게 상책이 아닐까 싶어서 해보는 소리다. 그러니 나도 얼라들이나 즐겨 꾸민다는 샤기컷, 모히칸이니 하는 요란한 스타일보다는 단정하고 멀끔해 뵈는 상고머리에 더 집중해서 연마할 작정이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이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잖아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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