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5기?

by 김대일

그날 올릴 글을 전날 구상하는 버릇대로라면 어제 발표된 이용사 실기시험 당락 결과에 따라 오늘 글은 승전보 아니면 패전보겠는데 안타깝지만 낭보는 없었다. 받은 점수가 썩 높지 않아 석패랄 것도 없다.

뭔가가 미진하니 점수가 안 나오는 거고 그 뭔가가 뭔지 모르니 답답한 노릇이다. 돈은 돈대로 쓰는데도 백약이 무효다. 이쪽으로는 아예 없는 재능인데 지금 희망 고문 중인 건 아닐까. 아니면 마가 단단히 꼈든지. 문제는 시험이 점점 두려움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는 거다. 더 끔찍한 건 내가 나를 못 믿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거다. 이렇게 되면 제아무리 용을 쓴다고 한들 될 일도 안 되는 각이다. 한 마디로 패닉이다. 수험생 모드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마음이 어째 겉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겠다. 더 쓸 기분이 아니라서. 4전5기라…글쎄다.


​ <덧붙이는 말>

밤새 내린 결론은 울렁증이었다. 나를 이리도 골탕 먹이는 실체가. 학원에서 암만 연습했어도 막상 시험장에 들어서는 순간, 내 몸으로 확 끼쳐 오는 더러운 기분. 그건 긴장감이나 두려움과는 다른 감정이다. 서 있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경직되어 있다가 시험이 시작되면 이 더러운 기분을 후딱 지워야 한다는 성급함에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막무가내로 돌변한다. 문제는 그 시점이 과목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당락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조발(머리깎기) 과목이라는 거다. 연습 때 페이스는 싹 잊어 버리고 뭘 하는지 모르게 허둥대니 모양이 나올 리 없다. 얄궂은 건 그 시간이 지나면 눈이 스르르 녹듯 평정심을 찾는다는 점이다. 다른 과목에서 점수를 따본들 이미 버스는 떠났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다음 시험에도 분명 나타나 괴롭힐 그 빌어먹을 울렁증을 없애는 방법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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