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3)

by 김대일

멈추지 마라

양광모


비가 와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은 멀어도

가야 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그대,

가야 할 곳이 있다면

태풍이 불어도

거친 바다로 나아가라



마음이 고달프니 이런 시밖에 눈에 안 뜨인다. 양광모는 일상의 언어로 삶의 정서를 노래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나 본데 읽는 족족 바로 소화돼 부담이 없다. 시의 3연은 내가 여전히 사숙하는 고 신영복 선생이 남긴 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비록 '달팽이'가 품은 뜻은 전혀 다르지만.


더 좋은 잔디를 찾다가 결국 어디에도 앉지 못하고마는 역마驛馬의 유랑流浪도 그것을 미덕이라 할 수 없지만 나는 아직은 달팽이의 보수保守와 칩거蟄居를 선택하는 나이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역마살에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며 바다로 나와 버린 물은 골짜기의 시절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입니다. 옷자락을 적셔 유리창을 닦고 마음 속에 새로운 것을 위한 자리를 비워두는 준비가 곧 자기를 키워나가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햇빛출판사)


안주를 거부한 역마의 유랑이 꿈을 향한 도정이라면 그 길에서 부대끼는 역경마저도 한낱 스치는 바람쯤으로 여기는 너그러움이 필요할 텐데, 모르겠다. 태풍이 불어도 인생이란 작은 배는 거친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하는 시인의 발톱에 낀 때만도 못한 배포를 가진 나로선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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