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부가 서울 송현동과 용산 부지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이하 이건희 미술관) 건립 후보지로 압축했다고 밝혔음에도 지자체(해운대구) 및 지역협의체가 내건 미술관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은 눈에 잘 띄는 곳에 여전히 걸려 있다.
한 미술평론가는 문체부가 유독 금과옥조로 삼는 문화 향유 극대화를 위한 접근성은 다른 나라 사례를 들어 큰 연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노스 애덤스라는 작은 동네 산 속에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 현대 박물관, 호주의 섬 태즈메이니아에 둥지를 투 뮤지엄 오브 올드 앤드 뉴 아트, 지구상에서 가장 메마르고 척박한 북극 가까운 노르웨이에서도 산간벽지에 위치한 스발바르 현대예술센터 등 뜻밖의 자리에 세워졌지만 특성화된 콘텐츠와 전문적 체계 아래 분류된 독자성으로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박물관, 미술관이 수두룩하다고 했다.(<홍경한의 예술산책-이해 못할 '이건희 기증관' 서울 입지론>, 경향신문, 2021.07.15.)
미술관을 유치하면 지역사회에 어떤 정의 효과가 나타나는지 잘 모르겠으나 해운대구에 오래 거주한 주민으로써 해운대에서도 노른자위 땅이라는 구청 부지까지 내놓고 산지사방에다 유치 기원 현수막으로 도배질해 댈 정도로 미술관 유치가 절박했는지는 의문이다. 해운대 벡스코 바로 맞은편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시립미술관은 헐 작정이었을까.
매스컴 통해 알고 있다. 대기업 총수가 남겼다는 소장품들의 면면과 돈으로 환산하기조차 힘든 가치는. 허나 나는 항상 회의적이다. 지방정부인 부산시, 해운대구가 사활을 거는 가덕도 공항, 월드 엑스포, 이건희 미술관 유치가 지역 재생산 구조의 붕괴에 대한 돌파구 차원이라고 해도 혹시 부산이라는 지역 스스로 "지나치게 의존적이고 무기력하다"는 무능성을 자인함으로써 서울이라고 통칭되는 중앙과의 차별을 정당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는 건 아닌지 하고 말이다.(신민희, <한반의반도-'지방대학 소멸'이란 예언 앞에서>에서 발췌, 한겨레신문, 2021.07.14.)
솔직히 묻고 싶다. 가덕도 공항을 건설 못하면 부산이 망할까. 엑스포 유치는 부산이 당면한 급선무일까.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한대서 해운대에 관광객이 폭증할까. 폭증하면 유입된 관광객, 관람객들로 인해 해운대 소외계층의 복지라거나 일자리 제공에 영향을 미칠까 허튼소리일까. 해운대구민 대부분이 용인할 구청 부지 활용안은 없을까 미술관 말고는.
중앙과 지방이 상호 의존하는 관계로서의 돌봄과 독립의 실천으로 지역 시스템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위 칼럼)이지만 나 같으면 독립에 방점을 두겠다. 중앙에만 기대다간 징징거릴 줄만 아는 떼보 소리 듣기 십상이다. 목 마른 자가 우물 파고 궁하면 통하는 법이니 보다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독립적 자구책에 매진하는 게 어떨지 이건희 미술관 유치 현수막을 보면서 생각해봤다. 망언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