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은 휴무지만 오늘 화요일은 일한다. 명절 대목에 낀 화요일은 정상적으로 영업하기로 했다. 이발 지부회 지침으로도 내려온 바다.
이발소를 상징하는 삼색 회전간판을 켜는 것으로 정상영업을 알려도 선례로 미루어 보건대 매상은 보잘것없으리란 예상이다. 장사 이력이 붙을수록 '화요일=휴무일'이 머릿속에 박힌 단골이 늘면 늘지 줄진 않을 테니 말이다. 노느니 염불한다고 깎새는 차라리 러닝개런티라 여길 작정이다. 노는 날 점방 문을 열었으니 손님이 든 만큼 가욋돈을 챙기는 소소한 기쁨이나 누리겠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쉴 때 쉬는 게 훨씬 좋다고 미련이 남는 깎새다.
몇 달 전부터 발길을 뚝 끊은 손님은 충청도 어디쯤에 있다는 독일계 회사 공장장 겸 관리책임자다. 그는 매달 꼭 목요일 아침에 커트와 염색을 하러 왔다. 왜 꼭 목요일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신박했다. 회사 근무 규정 상 일주일 중에 사흘만 일하고 나흘을 쉰댔다. 수요일 저녁 그 주를 마감하자마자 기차 타고 부리나케 부산으로 내려와 남들은 분주한 출근길로 노곤해진 몸을 차 한 잔 마시며 달래는 목요일 오전에 그는 느지막이 커트점을 들르곤 했던 게다.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 체계를 구축해 놓아 생산량을 임의로 조절 가능해 일주일 중 사흘 이상 공장을 돌리질 않는다는 설명이 우리나라 안에서 버젓이 일어나는 게 선뜻 와닿지는 않지만 어쨌든 누구나 선망하는 '쉴 때는 확실하게 쉬는 회사'엘 다니는 직장인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전생에 무슨 덕을 얼마나 쌓았길래 이런 복을 다 누리나 싶어 부러우면서 샘까지 났더랬다.
호주 멜버른대학 멜버른응용경제사회연구원이라는 데서 2016년 '호주 가계, 소득, 노동 역학'이라는 연구를 통해 "주당 25시간 근무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었다. 호주에 사는 40세 이상 남성 약 3,000명, 여성 약 3,5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파트타임 근무가 피로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뇌를 긍정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가자 경제력과 주관적 안녕, 가족 형태, 고용 형태를 파악한 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단어를 소리 내 읽기, 숫자 목록 거꾸로 읽기, 제한 시간 안에 글자와 숫자 맞추기 등을 수행하도록 했는데 연구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주 25시간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주당 25시간이면 하루 8시간씩 주 3일 근무인 셈이다. 연구 결과는 강제된 노동으로부터 해방을 맞이하는 시기에 인간에게 필요한 일의 절대량은 결국 일주일에 사흘 분량 언저리가 되지 않을까 짐작케 한다.([청년이 외친다, ESG 나와라](19) 적게 일하는 삶…주 3일 근무제는 불가능할까, 주간경향, 2022.04.19.에서)
지난 설 대목이 떠올랐다. 그에게 며칠 쉬냐고 물었더니 대수롭잖게 여드레(공식적인 연휴는 4일)라고 해 깎새를 놀래킨 기억이었다. 올 대목에 얼굴을 비출지 별로 기대는 안 하지만 들르면 물어볼 작정이다. 올 추석엔 며칠 쉬냐고. 지난 설 남들 나흘 쉴 때 여드레를 쉬었으니 올 추석 공식 휴일이 엿새니 설마 열이틀?
월세 겁나서 추석 당일 포함해 사흘만 쉬는 깎새로서는 디비쪼지 않을 날이 언제쯤 올지 난망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