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4)

by 김대일

낙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시를 옮겨 적을 때 문득 수확과 축복의 계절인 가을은 여름의 희생을 고마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은 태양의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무성한 녹음과 머지않아 맺을 열매를 조건 없이 가을로 인도한 뒤 꽃답게 산화해서이다. 흡사 지금의 나를 잉태하고 죽은 나의 청춘처럼. 시의 첫째 연은 그렇게 제 할 바를 하고 떠난 자를 위한 찬양같다. 박수칠 때 떠날 줄 알아야 쿨하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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