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각모 사나이

by 김대일

짧은 머리 한쪽을 바싹 치켜 깎다 만 몰골을 한 젊은이가 점방에 들어왔다. 대흉근과 이두박근은 금방이라도 걸친 티를 찢어발길 듯이 화가 단단히 나 있는 우락부락한 덩치 앞에서 오금이 안 저렸을 리 없는 깎새가 태연한 척 겨우 물었다.

"어떻게 해 드릴까요?"

휴대폰을 주섬주섬 꺼내 액정 화면을 들이밀면서 똑같이 깎아 달랬다.

"이건 해병대 돌격머리 스타일인데. 해병대세요?"

"아닙니다. 아직 고등학생입니다."

"해병대 스타일을 좋아하시나 보네."

"해병대 꼭 갈 겁니다!"

그러고 보니 앳된 티가 덜 가신 깍짓동은 해병대 무엇에 반했길래 멀쩡한 머리를 빡빡 밀면서까지 추종하는 것일까. 혈기왕성한 젊은 남성 특유의 낭만성이랄지 마초성을 '안 되면 될 때까지'란 구호에다 투영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을 체득화하기까진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 지난한 수련(입대라고들 한다)을 거쳐야 하기에 해병대 자부심에는 피, 땀, 눈물이라는 모진 공통인자가 이식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하여 그들이 가끔 열린 사회와 닫힌 병영을 착각하곤 하는 시대착오를 야기한다손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해병대만의 도전 정신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비치는지 모른다.

실종자 수색을 하던 꽃다운 해병대원이 입어야 할 구명조끼를 입지 못해 죽었고 사건을 규명하다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해병대 수사단장은 항명죄로 보직해임됐다. "채상병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이란 일념뿐인 완고한 원칙주의자는 그가 쓴 팔각모를 더욱 각지게 만드는 동시에 진정한 해병대원임을 만방에 각인시켰다. 수사 외압 규탄 집회에 참석한 전 해병대사령관이 수사단장은 그 권한을 남용했다고 비난하는 연설을 하자 거기에 모인 해병대 예비역들이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던 건 계급성으로 현실을 호도하려는 비루한 권위보다 박대령을 통해 구현된 해병대 정신,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야말로 해병대 본연의 순수성을 표상한 것임을 팔각모 사나이들 스스로가 새삼 각성해서이지 않을까.

해병대 돌격머리가 무척 맘에 들었는지 깍짓동은 나가면서 고개까지 꾸벅 숙였다. 왜 해병대를 지원하려는지 물어 보진 않았으되 깍짓동 마음을 훤히 꿰고 있다고 깎새는 자부했다. 다만 꼭 잊지 말았음 하는 두 가지 바람을 전하지 못해 아쉬웠다. 처음에 가졌던 해병대 이상이 변치 말고, 가거든 건강하게 제발 살아서 돌아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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