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의 한 임원이 직원들에게 자신이 작성한 글을 필독하라며 공유한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도 AI가 쓴 것 같은 느낌과 딱 그 정도 수준의 글이었기 때문이다.
블라인드의 회사 게시판을 들어가 보면 AI에게 간단하게 몇 마디를 물어본 결과를 가지고 본인이 뭔가를 분석했다며 자랑스럽게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속한 회사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난 뉴스 몇 가지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AI에게 '우리 회사에 대해 분석해 줘'라고 요청하는 건 너무도 블랙 코미디스러운 일 아닐까? (생각해 보니 기존 인간의 직업 중에서도 그런 블랙 코미디스러운 일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도 있구나))
링크드인을 들어가 보면 주식 분석용 프롬프트라고 어떤 회사에 대해 분석해서 투자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쓴 프롬프트를 자랑스럽게 올리고, 그것을 서둘러 공유하려는 수많은 사람의 행동을 볼 수 있다.
아마 이런 행동들을 한 사람들은 자신이 AI를 잘 이용하고 있다고 뿌듯하게 여기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행동들이 AI를 '이용'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AI 덕분에 오히려
AI가 내놓는 텍스트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내지 못하고,
AI가 쓰는 수준의 글도 쓰지 못하고,
아니, 애초에 AI에게 뭘 물어봐야 할지,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드러나는 의외의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AI라는 도구가 주어진다고 해도 이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고,
대다수의 사람은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AI 기업들은 고객사에 자신들의 인력을 파견하여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 AI가 내놓는 텍스트나 이미지를 보며 자신이 AI를 이용하고 있다고 흐뭇해할 때가 아니다.
AI에 프롬프트 몇 개를 입력해서 얻은 결과물을 가지고 그것을 내가 뭔가 일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얻은 결과물보다 퀄리티가 높은 것일까?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결과물인가?
'내가 부가가치를 더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 수 있는 것보다 더 퀄리티가 높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평가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자신이 프로페셔널한 지식 노동자라면 적어도 자신이 속한 분야, 자신이 해결해야 되는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AI가 내놓는 결과물을 평가하고, 수정해서 훨씬 더 좋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를 시키거나, 더 나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