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불의 빛과 파동 (스포)
이 영화에는 과학적 원리가 담겨있는 시(詩)적인 은유가 잔뜩 들어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전 이 작품을 4원소인 불, 물, 공기, 흙 그리고 나무(생명)와 관련된 과학적 원리를 활용하여 물의 순환체계와 탄소/에너지의 순환체계를 이야기하는 환경 영화라고 바라보았습니다. 1편에서는 흙, 나무, 공기에 작용하는 물과 불의 속성에 대해 다뤄봤는데요. 의외로 물과 불은 비슷한 점이 많은데다 함께 있을 때 굉장히 아름다운 현상이 일어난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물과 불의 만남(chemistry)에 집중해서 과학원리를 한번 적어볼게요. :)
웨이드는 음악을 상당히 좋아하는 듯 합니다. 응원가를 부르며 파도타기를 끌어내고, 뱃살 꿀렁이며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도 좋아하지요. 가방에 앰버의 불이 옮겨붙은 줄도 모르고 둠칫둠칫~! 음악에 심취해있을 정도로 헤드폰을 자주 쓰고 다니더군요. 근데 혹시 이 때 웨이드의 머릿속이 진동하는 거 보셨나요? :D
파동(wave)이란 시공간 상에서 변화/진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공기를 매질로 한 소리의 음파를 비롯해 땅의 지진파, 물의 수면파 등이 있습니다. 소리는 물체의 떨림(진동)으로 생겨나는데, 소리의 높낮이는 진동수에 의해 정해지지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약 20~20,000Hz인데요. 인간의 몸은 약 70%가 물이기에 소리의 파장이 우리 몸에 많은 영향을 미친답니다. 웨이드가 에어볼 게임에서 파도타기로 다른 원소들을 변화시키는 모습에 감명받은 엠버는 나중에 웨이드와 데이트하며 음악에 맞춰 같이 춤까지 추게 되더군요. :)
무엇보다 물이 요동치면 물 속에 공기가 들어가게 됩니다. 마치 비비스테리아 전시관의 버블씬처럼 불/에너지가 그 안에 녹아들어 숨쉴 수 있게 되지요. 웨이드가 엄마네 집에서 엠버랑 같이 해보려고 울기게임을 떠올릴 때, 또는 엠버네 가게에서 장인어른한테 잘보이려고 숯콩을 먹을 때 몸에서 뽀글뽀글 공기방울이 터져나오는 장면을 한번 떠올려보시길...
(참고로 모짜르트, 베토벤의 클래식에 주로 쓰이는 432Hz에서의 물의 결정무늬가 가장 아름답다는 썰이...)
[YTN 사이언스] 소리의 파동실험 : https://youtu.be/wbgIr3Aai9c
첫데이트 장소가 알칼리극장인 걸로 봐서 동네가 엄청 알칼리(염기)성인가 봐요. 데이트 도중 엠버가 광물 위에 올라가자 다양한 색깔의 빛이 뿜어져 나옵니다. 알칼리금속이나 알칼리토금속 성분이 있는 물질을 겉불꽃에 넣었을 때, 특유의 색깔이 나타나는 걸 불꽃반응이라고 하는데요. 열 에너지를 받았을 때 금속 안의 전자들이 살짝 들떴다가 되돌아오면서 각 에너지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이 나오게 되는 거랍니다.
불꽃반응의 색은 빨강-리튬(Li), 주황-칼슘(Ca), 노랑-나트륨(Na), 청록-구리(Cu), 황록-바륨(Ba), 파랑-세슘(Cs), 보라-칼륨(K), 짙은빨강-스트론튬(Sr) 등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열은 금속을 비롯해 원소들을 구분해내는 선 스펙트럼에 이용하지요.
(마치 웨이드가 음료수를 마시면 안에 색이 물드는 것과 묘하게 다른듯 비슷한 느낌? :D)
엠버의 불꽃반응에 자극을 받은 웨이드는 자기도 이런 다양한 색을 보여줄 수 있다며 수면 위를 달려 물방울을 촤아아악~하고 뿌려 무지개(rainbow)를 만들어내는군요.
이건 공기 중의 물방울이 프리즘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빛이 굴절, 분광, 반사되어 보이는 원리입니다. 빛은 파장에 따라 굴절율이 다른데요. 백색광의 햇빛 속 가시광선이 물방울을 만나 각 파장별로 휘어지면서 여러가지 스펙트럼의 색깔을 촥~ 펼쳐서 볼 수 있게 됩니다.
(마치 엠버가 음료수를 마시면 기체로 휘발시키는 것과 묘하게 다른듯 비슷한 느낌? :D)
무지개처럼 빛이 밀도가 다른 매질(유리, 물)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 빛이 꺽이는 걸 굴절 현상이라고 하며,(▶스넬의 법칙) 신기루도 바로 이것 때문에 발생한답니다. 엠버가 방에서 비비스테리아를 닮은 유리구슬을 요리조리 돌려볼 때, 색깔이 이리저리 바뀌며 빛이 뿜어져나오는 걸 보고 보로노이 빛 상자(Boronoy Light Box)를 연상시킨 분들이 있더군요. 제가 어릴 땐 기껏해야 만화경을 만들어보거나, 셀로판지로 스테인드글라스를 흉내냈는데, 요즘 초딩들은 보로노이 빛상자를 만든다니?! 그러고보니 엠버네 가족들이 입는 옷도 은근 스테인드글라스 느낌이 나는 것 같더군요.
참고로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수학적 공식에 따라 생태적(잠자리 날개, 기린의 무늬, 거북이 등껍질 등)인 문양이 만들어지는 원리입니다. 건축/예술 분야에서도 많이 쓰이는 패턴이지요.
- 중국 베이징 올림픽 Water Cube(2008) : 자오샤오쥔(趙小鈞)
- 일본 에어스페이스 도쿄(2007) : Faulders Studio
- 한국 마곡 워터프런트 국립현상 설계안(2008) : Designersfinger Lab.
- 대만 국립 가오슝 퍼포밍 아트센터 현상설계안(2007) : Zaha Hadid
- 멕시코 툴룸 박물관 현상설계안(2006) : Andrew Kudless
영화를 볼 때마다 극장에서 사람들이 항상 빵~ 터지던 장면이 이 부분이었는데요. :D 웨이드가 오동통한 팔(물)로 이름표를 가리자 더 크게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시각효과는 볼록렌즈로 인한 빛의 굴절 때문으로 거리에 따라 실제 물체보다 이미지/상이 더 크게 보일 수 있어요.
즉, 위-왼쪽 그림처럼 웨이드의 팔뚝이 볼록하고 이름표와 팔뚝 사이가 가까웠기 때문에 실제 물체(object)의 크기보다 허상(image)이 더 크게 보이게 된답니다. 볼록렌즈의 경우 위-오른쪽 그림처럼 멀리 도망간 뒤 팔을 쭉~ 뻗으면 오히려 거꾸로+작게 보였을테지만, 하필 바로 앞에서 딱! 걸리는 바람에 뒤로 도망갈 수가 없었지요. 차라리 아래의 오른쪽 그림처럼 오목렌즈로 가렸다면 작게 보였을텐데 딱히 팔목도 오목할 것 같지 않은 덩치라...ㅎ
결국 웨이드는 예비 장인어른에게 걸리는 바람에 매운(Hot) 김ㅊ...아니 뜨거운(Hot) 숯콩을 먹게되는군요. :)
엠버의 엄마는 둘이 데이트하는 장면을 목격하곤 총총총 걸어내려와 엠버와 웨이드의 궁합을 봐주는데요. 궁합용 촛대에 불을 붙이지 못하던 웨이드가 갑자기 엠버를 뒤에 두고 뱃살을 꿀렁입니다. 엠버를 이리저리 비쳐보며 오목렌즈처럼 홀쭉이다가, 결국 볼록렌즈 같은 뱃살 덕에 빛이 한 곳으로 모이게 되는군요. :)
초점(focal point)을 잘 맞추어 타겟에 불을 붙이는데 성공하는 웨이드~! 다들 어릴 때 종이에 햇빛 모아서 불 붙이는 실험을 한번쯤 해보셨을 텐데요. 웨이드는 예비 장모님 맘에 들려면 뱃살을 빼면 안될듯 하네요. :)
웨이드의 몸 안에 엠버의 모습을 담아내는 장면이 꽤 여러번 나오더군요. 전철 추격씬에서 웨이드의 뒷통수에 비치는 엠버라던가, 석양씬에서 웨이드의 얼굴에 비치는 엠버 옆모습이라던가, 궁합씬에서 웨이드의 뱃살에 비치는 엠버라던가... 곳곳에서 웨이드의 몸에 엠버의 빛이 비치고 있었답니다.
이처럼 직진하던 빛이 물체에 부딪혀 진행방향이 바뀌는 걸 반사(reflection)라고 합니다. 웨이드의 피부처럼 표면이 매끈해서 물체의 상이 거울처럼 깨끗하게 비치는 걸 정반사(regular reflection)라고 하지요. 표면이 울퉁불퉁하면 난반사(diffuse reflection)가 일어난답니다. 그리고 엠버와 웨이드가 인생네컷 사진을 찍을 때, 전체가 빛나서 아무것도 안보인 건 아마도 전반사(total reflection)가 일어난 걸 거에요. 참고로 전반사가 제대로 일어나면 눈에 뵈는게 없습니다. 마치 눈에 콩깍지가 씌인 것 같다는... :D
엠버가 유리나 웨이드/물과 가까이할 때 빛이 사방으로 퍼질 때가 종종 있었는데요. 초반에 웨이드가 시청에 들어가 딱지를 막 집어넣으려고 할 때, 유리문을 통과한 빛이 자기 주변에서 일렁이는 걸 보고 웨이드가 "우오오오~~" 하며 놀라지요. 특히 창문이 있는 곳에서는 마치 비비스테리아 유리구슬처럼 엠버의 빛이 일렁이곤 한답니다. 물 속에서 비비스테리아 꽃나무 주위로 엠버의 빛이 뿜어져나오는 장면과 특히 마지막에 웨이드가 희생하며 고백했던 "네 빛이 일렁일 때 정말 좋더라" 장면은 아름답게 아른거리는 엠버/빛의 파동, 굴절, 반사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더라구요.
(“I really do love it when your light does that." 이란 자막을 이렇게나 멋드러지게 바꿔놓다닛! 초월번역 칭찬해!)
참고로 빛은 매질의 밀도에 따라 파동의 전파속도가 변하며, 밀도가 클수록 굴절률이 크답니다. 빛은 입자와 파동의 성격이 둘다 가능한 이중성을 갖는데, 일종의 전자기파로서 웨이드처럼 파동에 간섭/중첩이 일어나면 일렁이는 파장이 변화한답니다. 마치 수면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처럼 아름다운 무늬가 나타나지요. 즉 과학원리-2편을 요약해보면 웨이드는 엠버를 만나 인생에 초점/방향/열정을 찾고, 엠버는 웨이드를 만나 인생에 비젼/빛/파동을 찾게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음... 빛에 관해 양자역학까지 너무 깊게 들어가진 맙시다! 실은 제가 잘 몰ㄹ...ㅎㅎㅎ 빛의 이중성이 궁금하시면 차라리 <오펜하이머>를 보시길~!! 세상의 모든 물리학자분들~ 존경합니다. :D)
* 다음편에는 본격적으로 불에 물을 타는 이야기, 즉 물과 탄소에너지의 순환체계가 이어집니다.
▶NEXT : 물과 탄소의 순환체계 (물의 상태변화와 불의 연소)
*영화 커뮤니티 MUKO에 (1)~(9)까지 리뷰했던 글인데요. 브런치에는 (10)편부터 연재를 시작합니다. 앞에 편들은 시간날 때 찬찬히 옮겨볼게요.
(1) 오프닝 : 음양오행설과 상생&상극의 기초원리
(2) 본편1 : 물과 불의 상호작용 > 엠버의 성장환경
(3) 본편2 : 물과 불의 궁합분석 > 2원소의 문제들
<인터미션/디쇽!>
(4) 본편3 : 오행의 순환 > 엠버의 수해대책
(5) 본편4 : 오행의 균형 > 아빠와 헤어질 결심
(6) 본편5 : 4원소의 중화 > 공기와 흙의 정체
(7) 본편6 : 웰컴! :) > 비비스테리아의 어원
(8) 본편7 : 기독교(창세기)에 담긴 천지창조
(9) 엔딩 : 태극기(4괘)에 담긴 대자연의 원리
<번외/과학원리>
(10) 과학원리-1 > 공기/흙/나무와 물/불
(11) 과학원리-2 > 물/불의 빛과 파동
(12) 과학원리-3 > 물/탄소의 순환체계
(13) 영화를 보고 떠오른 건축물 (미정)
*모든 영화 이미지는 네이버 공식 홈페이지와 예고편 장면을 활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