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 영화 속에 담긴 알기쉬운 과학 원리-1

공기, 흙, 나무에 작용하는 물과 불의 속성 (스포)

by Nashira

그동안 한 영화 커뮤니티에서 <엘리멘탈>이란 작품을 동서양의 과학철학(음양오행설과 4원소설) 측면에서 리뷰를 해왔었는데요. 나름 뼛속까지 이과형인데다 공대(건축과) 출신이기에 철학적인 면 외에도 엘리멘탈 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한번 정리해볼까 싶어서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엘리멘탈이 뒤늦게 아이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건 과학적 원리 때문인 것도 같네요. 배운지 백만년쯤 된 것 같아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오류를 발견하면 댓글 주세요. (왠지 현재 초중고 과학선생님들이 내용을 가장 잘 아실듯한? :D)


자연환경에 관한 과학철학 : 4원소설


'세상은 무엇으로 어떻게 구성되었을까?'란 고민에 의해 탄생한 4원소설은 그리스엠페도클레스가 주장하기 시작하여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치며 보완된 과학 철학입니다. 중세 연금술이 발달할 수 있었던 이론적 기반이라 할 수 있으며, 기독교의 창조설과도 나름 원만하게 결합하였지요. 그리고 근대 원자설이 태동하면서 화학자 라부아지에의 물분해 실험에 의해 깨어지게 된 과학 이론이랍니다. 참고로 위 이미지에서 호수의 형태는 아래 원소주기율표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는 감독님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4원소설은 (aqua), (ignis), (terra), 공기(ventus)의 4가지 원소에 담겨있는 차가움(寒)따뜻함(熱), 건조함(燥)습함(濕)의 성질이 중요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물, 불, 흙, 공기의 각 원소들 안에 4가지 성질 중 대립하지 않는 2가지 성질씩 들어있으며, 어느 한 성질이 바뀌면 다른 원소로 치환되면서 자연의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믿었거든요. 특히 중세 연금술사들은 이 4원소를 적절한 비율로 혼합하면 최고의 물질인 금(金)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즉, <엘리멘탈>에서 주인공인 앰버에게 금속이나 유리를 다루는 재능이 있다는 건 굉장히 의미심장한 부분이지요.


한편 4원소설에 대한 믿음이 과학적으로 깨져버렸음에도, 근대 프랑스 과학철학자이자 현상학자였던 가스통 바슐라르는 인간의 상상력이란 측면에서 4원소설 안에 담긴 '시적인 이미지'를 탐구하게 됩니다. 마치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서처럼 인간의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는 <불의 정신분석> 시작으로 <물과 꿈>, <공기와 꿈>,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 <대지 그리고 의지의 몽상> 순으로 4원소들과 관련된 책을 집필하지요. 그리고 말년에는 건축과의 필독도서기도 한 <공간의 시학>과 같이 환경에 대한 인간의 심미적인 체험과 이미지에 관한 글을 썼답니다.


<엘리멘탈> 영화 속에는 과학적 원리가 담겨있는 (詩)적인 은유가 잔뜩 들어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물, 불, 흙, 공기 그리고 나무(생명)와 관련된 과학적 원리를 활용해 물의 순환체계탄소/ 에너지의 순환체계를 이야기하는, 즉 우리가 살고있는 환경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덕질하게 된 이유이기도... :D)

그럼, 영화 속에서 이 4원소와 관련된 과학적 원리들을 최대한 쉽게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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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란 불꽃(blue flame) : 불의 온도(temper)

파란색(고온) > 흰색 > 노란색 > 붉은색

파란색 : 1,400~1,650℃

흰색 : 1,300~1,500℃

노란색 : 1,100~1,300℃

붉은색 : 600~800℃

완전히 연소된 불꽃 또한 푸른색을 띠며, 깔끔하게 이산화탄소와 물만 발생한다고 합니다.
(ex. 가스레인지 켤 때 발생하는 LNG 도시가스의 파란불꽃을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즉 다른 색이 나오면 문제가 있는 거라는군요.)
*출처: 한국가스공사


(항성) 또한 푸른 별의 온도가 훨씬 높습니다. 즉, 태양은 별 중에서는 쩌리였다는?! (5,800K, 약 5,500℃)

푸른 별 : 30,000℃ > 붉은 별 : 2,700℃

*출처: 한국천문학회


한마디로 파란 불꽃(blue flame)은 엠버네 아빠가 신성하게 여기며 고이고이 간직할 만한 불다움의 끝판왕입니다. 그리고 녹는점 때문인지 엠버네 가족이 입는 옷도 주로 금속 소재의 느낌이 많은 듯하더군요. 참고로 구리의 녹는점은 1,083℃, 철 1,538℃, 티타늄 1,668℃, 크롬 1,907℃ , 텅스텐 3,422℃입니다.
(엠버는 돈 벌어서 옷값으로 다 쓸듯한? :D)



2. 우산과 열기구 : 열의 대류현상(convection)

열의 이동(전달)전도, 복사, 대류의 3가지 방식이 있는데요. 전도는 직접 접촉(찜질방/온돌 바닥에 궁뎅이 대면 뜨끈함)으로 전달되며, 복사는 전자기파(태양열/난로)로 이동하여 매질이 없는 진공상태에서도 전달 가능하고, 대류는 매질인 기체/액체가 위~아래로 뒤바뀌면서 전달되는 방식이랍니다. 때문에 난로는 아래쪽에, 에어컨은 위쪽에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이지요.

기체를 가열하면 부피가 커지면서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을 갖습니다.(▶상승기류) 엠버가 우산을 띄우거나, 열기구를 띄운 건 바로 이 공기를 가열하는 대류를 활용한 방법이지요. 특히 막을 씌우면 외부의 찬공기보다 안이 뜨거워 부피가 커지고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양력이 생기며 위로 둥실둥실 떠오를 수 있게 됩니다.



/공기와 작용하는 /

3. 모래와 유리 : 강화유리(tempered glass)

모래 속의 규소(Si)가 산화된 이산화규소(SiO₂)는 유리, 콘크리트의 주성분입니다. 유리(SiO₂/투명한 비결정 고체)석영(SiO₂/결정구조의 광물)은 서로 비슷한 물질인데 천천히 굳으면 석영, 급속으로 냉각하면 유리가 됩니다. 참고로 유리의 녹는점은 대략 1,500~1,700℃ 인데요. 강화유리는 판유리를 약 500~700℃ 연화온도로 구운 뒤 공기급속냉각만들어진답니다. (temper)을 조절하였기에 강화유리를 'tempered glass'부르지요.

유리의 발견에 대한 여러가지 썰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건, 지중해 연안에서 뱃사람들이 모래바닥에 불을 피우고 솥을 걸어 음식을 만들다가 웬 이상한 액체(유리)가 흐르는 걸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답니다. 마치 모래사장에서 엠버가 앉은 곳 주변으로 유리가 생긴 거랑 비슷하죠? :)



4. 도시작업반 인부 : 시멘트(cement)

고대로부터 석회에 진흙과 석고를 섞어 건축물의 접착제로 사용했습니다.
▶ 기경성 시멘트(Air setting cement) : 이집트 피라미드 (B.C 5000~)
▶ 수경성 시멘트(Hydraulic cement) : 현대 건축의 꽃! (1756~)
시멘트는 물로 반죽한 뒤 시간이 좀 지나면, 돌처럼 굳는 탄산화반응이 일어나는데요. 온도가 높거나 습도가 낮을수록 응결이 빨라집니다. 그래서 건축/토목 분야에서는 콘크리트(시멘트+골재+물) 양생을 혹한기(1~2월)와 장마철(7~8월)을 피해 가급적 5~6월에 많이 하지요. 한마디로 도시작업반 인부들은 엠버 때문에 죽을뻔 했다가 웨이드 덕분에 산 거랍니다. (엄한 웨이드한테 뭐라 하다닛! ㅜㅜ)



5. "물이 자꾸만 새네?" : 파이핑 현상(piping)

투수성이 좋은 지반에서 흙파기 공사를 잘못하면 지하수위가 부풀어 오르는 보일링 현상(boiling)이 나타난답니다. 이게 심해지면, 물에 통로가 생기면서 파이프 모양으로 구멍이 뚫리게 되지요. 주로 , 제방 근처에지반이 파괴되는 파이핑 현상(piping)이 발생합니다. 엘리멘트시티는 항구도시라 배가 들어오는 곳 주변으로 제방을 쌓은데다가 운하를 여기저기 파놨으니 자칫하면 지반이 폭싹 내려앉는 싱크홀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6. 스펀지에 흡수되어 갇힘 : 다공질(porosity)

물은 기본적으로 표면장력을 이룰 만큼(오동통~) 응집력(분자 사이 인력)이 강해서 웨이드처럼 유리병 여러 개에 나눠 담아도, 한데 부으면 자기들끼리 잘 뭉쳐집니다. 대신에 다른 분자와 사이에 부착력이 같이 발생하면, 촥~ 달라붙어 다같이 쭈욱~ 흡수되모세관 현상이 발생하지요.

스펀지는 합성수지인 우레탄이나 천연 셀룰로오스, 코코넛껍질, 삼베 등으로 만드는데요. 구멍이 뽕뽕 나서 안에 공기가 많으므로(다공질) 흡수력/투수성이 엄청 좋습니다. 이런 친수성의 소재는 접촉각도를 조심해야 하건만, 호기심 많은 웨이드 어린이가 정면으로 꾸우욱~ 눌러본 모양이네요. :)

엠버네 가게 Fireplace의 흙벽돌도 아마 다공질일 거 같습니다. 다공질 벽돌은 보온성(항상 따땃~)흡수율(웨이드 살려~)이 좋은 데다 흡음성도 좋아서 엠버가 지하실에서 혼자 와이악~!! 하고 빡쳐도 아무도 모르거든요. 다만, 강도가 부족해서 구조재로는 부적합합니다. 수해를 입었을 때 뭐가 부딪힐 때마다 와르르 무너진 걸로 봐서 (아무래도 흠...) 딱지 30개 중 1개는 구조 안정성이었을 겁니다.



7. 물의 유속과 압력 : 베르누이 법칙(Bernoulli's theorem)

영화 속에서 크게 잘못된 발언이 하나 있었는데요. 에어볼게임 후 엠버랑 웨이드가 문제를 해결하러 엠버네 집으로 갔을 때, 아빠 버니가 물이 자꾸 샌다고 투덜거리는 걸 보고 웨이드가 엠버에게 "물이 자꾸 흐르면서 압력이 높아진 것 같다."라고 설명합니다. 아악~! 이건 완전히 잘못된 설명이에요! (건축과는 정역학만 배워도 되지만, 토목과는 유체역학까지 다 배워야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토목분야 조사관이란 녀석이 이런 발언을?! 으이긍~)

물이 흐르면 오히려 압력은 떨어진답니다. '유체의 흐름이 빠른 곳의 압력은 유체의 흐름이 느린 곳의 압력보다 낮아진다.'(▶베르누이 법칙) 오히려 이 상황은 흐르던 물이 어딘가에서 히는 바람에 압력이 높아진 것이지요. 즉, 근본적인 원인은 파이어타운을 단수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파이어타운 방향의 운하엔 물이 비어있으니 다른 곳보다 압력이 낮아서 일단 물이 이쪽으로 빠르게 흘러들어오게 됩니다. 파이어타운으로 가까이 갈수록 운하의 폭이 좁아질테니 병목현상처럼 압력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파괴력이 커지게 되었구요.



나무/

8. 펀의 위반딱지 올리기 : 식물의 삼투압(osmotic pressure)

웨이드가 시청 1층에서 초록색 다발 속에 딱지(ticket)를 넣자 위로 쭉~ 빨려 올라가고, 담당관 펀 그라우치드가 딱지를 넣자 또다시 쭉~ 빨려 올라가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이건 식물이 뿌리로부터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는 삼투 현상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삼투현상은 18세기 프랑스의 성직자이자 물리학자인 장 앙투안 놀레가 최초로 기록했는데, 액체 간의 농도 차이로 일어나는 현상이랍니다. 특히 식물세포는 물이 많은 용액(저장액)에 놓였을 때, 세포 안쪽의 농도가 더 높아서 외부의 수분이 세포 안 액포로 이동하며 통통(팽윤)해집니다. 이러한 원리로 식물은 뿌리를 통해 물과 양분을 이동시키지요. 그리고 가 관다발 분에 모세관현상이 일어나 쑥쑥 잘 올라갑니다. (뒤쪽에 'Root for ourself' 라고 쓰여있는 포스터 보이시나요? :D)



9. 비비스테리아의 개화 : 광주기성(photoperiodism)

식물의 개화시기는 밤낮의 길이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이걸 (光)주기성, 일장효과(日長效果)라고 합니다. 낮보단 연속적인 밤의 길이에 의해 결정되지요. 꽃을 피워내는 낮밤의 조건에 따라 단일식물(밤>임계암기), 장일식물(밤<임계암기), 중성식물(낮밤보단 온도, 미네랄 같은 다른 요인)이 있어요. 비비스테리아가 엠버를 만나자마자 꽃을 피우는 건, 바로 장일식물이기 때문입니다. 얘네는 어두운 밤, 암기가 계속되다가 적색광을 켜주면 너무 반가워서 꽃을 피우거든요. 대게 봄~여름에 피는 꽃은 장일식물, 가을에 피는 꽃은 단일식물이지요. 모티브가 된 듯한 덩굴식물 등나무(Wisteria) 또한 봄(동아시아)~여름(미국)에 피는 장일식물이랍니다.

*수학만 미친 듯이 좋아하고 물리를 별로 안 좋아해서 심지어 공대생일 때도 대학물리학 대신에 대학생물학을 들었기에, 물리/화학 쪽 정보엔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참고로 전 4대 역학 중엔 정역학(건축역학)만 배웠답니다. 원래 역학은 기계과 출신이 제대로고, 빛과 관련된 내용들은 전자공학과나 정보통신과 출신이 전문가일 겁니다. 물리학과는 솔직히 그저 존경스러움! ㅎㅎ :)



▶NEXT : 물과 불의 빛과 파동 (굴절, 반사, 렌즈효과 등)

▶NEXT : 물과 탄소의 순환체계 (물의 상태변화와 불의 연소)

유치원생/초등학생 자녀 두신 분들~ 아이들 과학공부 차원에서 <엘리멘탈> 꼭 챙겨 보세요~~! :)



[시리즈 구성]

*영화 커뮤니티 MUKO에 (1)~(9)까지 리뷰했던 글인데요. 브런치에는 (10)편부터 연재를 시작합니다. 앞에 편들은 시간날 때 찬찬히 옮겨볼게요.

<영화 속 과학철학>

(1) 오프닝 : 음양오행설과 상생&상극의 기초원리

(2) 본편1 : 물과 불의 상호작용 > 엠버의 성장환경

(3) 본편2 : 물과 불의 궁합분석 > 2원소의 문제들

<인터미션/디쇽!>

(4) 본편3 : 오행의 순환 > 엠버의 수해대책

(5) 본편4 : 오행의 균형 > 아빠와 헤어질 결심

(6) 본편5 : 4원소의 중화 > 공기와 흙의 정체

(7) 본편6 : 웰컴! :) > 비비스테리아의 어원

(8) 본편7 : 기독교(창세기)에 담긴 천지창조

(9) 엔딩 : 태극기(4괘)에 담긴 대자연의 원리

<번외/과학원리>

(10) 과학원리-1 > 공기/흙/나무와 물/불

(11) 과학원리-2 > 물/불의 빛과 파동

(12) 과학원리-3 > 물/탄소의 순환체계

(13) 영화를 보고 떠오른 건축물 (미정)

*모든 영화 이미지는 네이버 공식 홈페이지와 예고편 장면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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