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간 함부르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트위터에서 함부르크에 마라탕 레스토랑이 생겼다는 걸보고 함부르크에 사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함부르크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정작 해당 마라탕 가게는 위생점검에서 탈락해서 문을 닫았단다) 이번에는 아이들과 강아지는 집에 두고 주말 동안 1박 2일간 다녀오기로 한 덕에 간만에 여유있게 함부르크를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함부르크로 떠나는 날, 베를린에서 함부르크까지 비가 꽤나 쏟아졌지만 워낙 도로 상태가 좋은데다가 차량이 많지 않아서 큰 어려움 없이 함부르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U보트 박물관에 드디어 가볼 수 있게 되었는데, 잠수함을 박물관으로 만든 탓에 공간이 비좁고 다니기 힘든데도 불구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적지 않은 관람객이 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1980년대 만들어진 잠수함이라, 영화에서나 보았던 2차세계대전의 U보트보다는 훨씬 큰 잠수함이었지만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덩치 큰 독일인이 생활하기에는 꽤나 비좁아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데서 장시간 항해를 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https://goo.gl/maps/FsKbtFk1iELPgJu86
날씨가 안좋은데다가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아서, 가장 가까운 해산물 전문점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인터리어가 괜찮고 전반적인 메뉴가 비싼 편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손님은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다. 와이프는 가볍게 먹으려고 샐러드를 주문했지만, 독일다운 사이즈의 샐러드가 나오는 것을 보고 아차했다. 샐러드에 들어있는 새우도 큼직해서 하나만 먹어도 배부를듯. 나는 웨이터의 추천을 받아 가장 비싼 메뉴를 주문해봤는데, 겨우 생선 두조각인데도 양이 많았고 맛도 괜찮았다.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U보트 박물관 관람을 한 다음 식사를 할때라면 한번쯤 방문할 만하다. 함부르크나 로스톡이 좋은 점은 베를린과 달리 좋은 해산물 레스토랑이 많다는 것이다.
https://goo.gl/maps/RwXRh77AD8kJmhG19
식사를 마치고 이번 여행을 위해 예약한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함부르크에 사는 친구 부부와 저녁 약속이 잡혀있었기에, 나는 어렵게 예약한 마시지를 받으러 스파로 올라갔고 와이프는 반신욕을 즐겼다. 이 호텔에 숙박하는 사람들은 스파나 마사지를 즐기러 오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인듯, 마사지를 받고 나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나 마사지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다. 왜 그리 마사지 예약이 힘들었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마사지 퀄리티도 나쁘지 않았는데, 특이한 것은 마사지를 끝내고 사인을 하는 종이에 얼마의 팁을 줄것인지 쓰는 자리가 따로 있었다는 점. 외출 준비를 마친 다음 우버 앱으로 우버를 콜하려보니, 함부르크에서는 우버앱으로 택시를 호출할수 있게 되어 있다. 택시답게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험하게 운전하는 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도착한 곳은 구글 평점 4.8이나 되는 퓨전 인도 식당이었는데, 주말 저녁 답게 독일인 가족 손님들로 꽤나 북적거렸다. 우리 부부와 친구 부부는 5시간이 넘게 먹고 마시면서 신나게 떠들었는데, 우리 뒤쪽 테이블의 손님은 그사이에 3번이나 바뀌었다고 한다. 언제든 찾아와서 즐겁게 만날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게다가 이 커플은 매번 만날때마다 한층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는게 너무 좋다. 내년에는 친구 남편의 나라인 크로아티아에 같이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https://goo.gl/maps/jC897zvDqpG1z1hN9
이번에 숙박한 호텔은 나름 최신으로 설계되고 대부분이 전자식으로 되어있어서, 그동안 독일은 물론 유럽에서 숙박했었던 호텔들과는 꽤나 큰 차이가 있었다. 방마다 작은 발코니가 딸려있는 것도 괜찮았고, 변기에 내장된 비데가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한국 비데처럼 빠릿하지 않고 느긋하게 동작하는 건 독일다움) 미니바의 가격이 이미 방값에 포함되어 있어서 마음껏 먹어도 되는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루프탑에 있는 수영장이나 큼직한 사우나 등이 괜찮았다. 앞으로 함부르크에 방문할 때는 무조건 여기에서 숙박을 하기로 했다. 역시나 호텔을 제대로 즐기기에 1박2일은 모자라니 다음에는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2박 3일로 즐겨야 할듯하다. 올해 연말의 새해 맞이 디너는 친구 부부와 여기에서 즐기기로 했다.
https://goo.gl/maps/qMfDcJrpEAkNJrmz7
가짓수가 많지 않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호텔 조식을 즐기고, 다시 베를린으로 향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길은 전날과 달리 날씨가 무척 좋아서 아우토반을 마음껏 즐기면서 운전을 할 수 있었다. 주말 여행인데도 길이 막히거나 사람들로 붐비는 것이 없이 오롯이 우리만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건 독일에 살면서 얻게되는 이점이다. 물론,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서 커리 부어스트를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간만에 일상에서 벗어나 주말 여행을 다녀왔으니, 3월에 휴가를 가기 전까지 버틸 수 있게 되었다. 1년에 30일이나 되는 휴가로도 모자란 생활에 익숙해지다보니, 이제는 3개월에 한번 정도는 휴가를 가지 않으면 컨디션이 안좋아지는게 느껴진다. 올 한해의 휴가 계획 역시 빽빽하게 잡혀있어서, 휴가를 다녀오는 것도 회사 일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런면에서 겨우 하루이틀이면 다녀올수 있는 함부르크는 좋은 여행지인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