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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Apr 01. 2021

독일천국? 한국지옥? 시대착오?

해외이민, 해외취업, 해외유학을 희망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글

2년전 한창 논란이 되었던 내글에 대한 트윗 하나를 캡쳐해놓았었다. 특별히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서라기보다는 "좀 시간이 지나면 그곳 단점도 처절하게 아시게 될듯"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나 역시 정말로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분홍빛 이야기"가 아닌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인지 정말로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해당 트윗은 얼마후 삭제가 된것 같은데, 2년이 지난 지금 굳이 답변을 여기서 해보자면...


이전에도 밝혔듯 나는 "고생 끝에 외국 나온 사람"도 아니고, "한국은 가망이 없다"라고 말한 적도 없을 뿐더러, 독일 온지 딱 3년 지나고 4년때까 되는 첫번째 날인데도 불구하고 3년전의 내가 이야기했던것과 달라진 것은 아쉽게도 하나도 없다. 3년 정도는 안되고 5년이나 10년 정도 되어봐야 안다고 한다면 2년 후에 다시 한번 글을 써보도록 해보겠다. 나는 저 트윗을 올린 분을 여전히 팔로하고 있고, 그 분의 트윗에 대부분 공감을 하지만, 고의든 아니든 저 트윗에서 느껴지는 몇몇 부분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씁쓸한 기분이 든다.




나는 어릴 때부터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이었다. 지금도 콤플렉스가 없지는 않지만,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가진 콤플렉스를 "자기 계발(슬기, 재능, 사상 등을 일깨워줌)"의 원동력으로 삼아왔다. 덕분에 이제는 콤플렉스 따위가 나를 흔들지 못할 정도의 자존감을 가지게 되었고, 어디서 어떤 일에 부딪쳐도 회피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데미지를 감수하고서라도 정면 돌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두가 그렇게 될 수는 없기 때문에 나는 이런 종류의 글이나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계"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외국 생활을 하는 몇몇 분들이 "어찌되었든 우리는 한국에서 도피한 사람들이 아니냐"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하는 것들을 보면서 더더욱 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3년간의 외국 생활을 하면서 지켜보고 있자니, 새로 외국 생활을 준비하고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그들의 꿈과 희망을 무참히 짓밟고 악의에 가까운 네거티브한 피드백을 주는 유형은 딱 2가지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1. 최소 10~20년전에 한국을 떠났고, 외국에서 오래 살고 있는 한국인

2. 어린 나이 (최소 10대~20대 초반)에 외국 유학을 나와서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한국인


이들의 특징은 옛날의 한국에 대한 기억만 가지고 있다던지, 한국에서 실제로 사회적인 경험을 직접 해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한국"은 모든 것이 정상인 기준점이 되고, 그동안 자신이 속해있던 현실 속의 외국은 이상적인 한국에 비하면 좋지 않은 곳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과 입장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이들의 꿈을 멋대로 짓밟아도 된다는 법은 없다. 최근 상황에 대한 수시로 충분하게 업데이트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래전에 내가 경험했던 것 또는 내가 직접 경험을 해본적은 없지만 그렇다더라는 짐작만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처럼 무책임한 것이 또있을까. 얼마전 독일에서 크게 실망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던 유학생이 "요즘은 한국의 워라벨도 독일만큼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는 것을 보면서 실소를 금할수 없었다. 독일 생활이 힘들고 싫은 것은 알겠지만, 비교할 것을 비교하자.


그래서 나는 이민을 생각 중이신 분들께는 아무쪼록 한국에서 10년 이상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경력을 쌓은 다음 외국으로 진출할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IT쪽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 캐나다, 독일로 진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도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직접 장단점을 충분히 경험을 해본 상태이기 때문에 외국으로 가도 해당 국가에서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쉽고 양쪽의 장단점을 비교하여 최종적으로 어디가 나의 미래에 이득이 될 것인지 현실적으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20세기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 교육을 받고 한국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조건만 되면 외국 어디든 나가서 살수 있는 시대이다. 단지 한국에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나의 인생에 있어서 더 나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 당연한 선택이며 또한 그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단기이든 장기이든 상관없이 외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하던지 일을 할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잡을 것을 권한다. (해외 여행도 좋은 방법이지만 단점을 알려면 여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에 갇혀서 미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는 안목과 지혜가 생기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계기도 생길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한국에서 우리는 20대에 할 수 있는 것, 30대에 할 수 있는 것, 40대에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고 그 때가 아니면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에게는 한국이 더 낫다고 판단이 되면 언제든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서 당연한 특권이기도 하다. 다른 글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감사하게도 나 역시 내가 원한다면 좋은 조건의 계약서를 받고 언제든 한국으로 복귀해서 계속 커리어를 이어나갈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독일에서 일하면서 사는 것이 내게 더 끌리기 때문에 그럴 생각이 없는 것일 뿐.


잠깐 한국을 벗어나서 살면서 전혀 다른 관점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되돌아 봄으로써 얻게 되는 장점 중에 하나는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면서 남들과 비교하며 정신없이 살던 쳇바퀴에서 내려올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50평짜리 아파트와 3대의 자동차 (벤츠 세단, 아우디 로드스터, 국산 세단), 3채의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피터지게 돈을 벌면서 하고 싶은대로 마음 껏 살았던 한국 생활보다, 강이 내려보이는 30평짜리 보눙 세입자로 달랑 폭스바겐 미니밴 한대를 소유하고 스트레스 안받으면서 비슷한 돈을 벌며 하고 싶은대로 마음 껏 살고 있는 독일 생활이 훨씬더 "인간적인 삶"이기에 내 입장에서는 삶의 질이 훨씬 좋아졌다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복지"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느낄수 있는 것이나,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항상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야 했던 한국 생활과는 달리 탄탄한 사회 보장 제도 덕분에 쓸데없는 걱정으로 나를 갉아먹지 않아도 되는 점 등은 독일에서 살아보지 않았다면 죽을때까지 몰랐을 것들이기도 하다. 참고로, 그리고 나는 독일에 거주하며 세금을 내는 독일 영주권자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도 적지 않은 세금을 내고 있는 한국 국민이다. 양가 부모님이 한국에 계시고 언제든 한국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한국 뉴스를 한국에 살때보다 더 열심히 보면서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고 있으며, 한국인임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고 외국인 친구/동료들에게 한국을 알리며 일본에 대한 프로파간다를 시행하고 있는 전형적인 한국 사람이다.


얼마전 해외 취업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에서의 비정규직 경력이 외국에서 취업시 경력으로 인정이 될까요?"라는 질문을 듣고 정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경력"이면 경력이지 "정규직 경력"과 "비정규직 경력"은 또 무엇인가. 업무 수행 방식에 따라서 "취업 경력"과 "프리랜서 경력"의 구분까지는 이해되지만, 이제는 취업 경력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눈다는 말인가. 항상 무엇인가를 갈라서 차별하는 문화답게 날로 발전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서울/지잡대, 강남/비강남, 정규직/비정규직 등 지금까지처럼 새로운 구분 기준은 한국 사회에 계속 등장할 것이다. 해외 취업의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여러분이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그래봐야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어디에 있는 어떤 학교인지도 모름) 어떤 회사를 다녔는지 (아무도 관심 없음) 어떤 스펙을 가지고 있는지 (쓸모 없음) 따지지 않고, 여러분이 해당 업무를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와 해당 회사 문화에 얼마나 융화될 수 있는지 등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즉, 실력과 능력으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널리고 널렸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해외 취업을 해서 외국으로 나가라는 말은, 한국이 지옥이고 가망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소중하고 값진 인생을 살아야 하는 "개인"으로써, 자신에게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지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면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가 되었든 자신의 한계를 정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전하라는 말이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의 좋은점과 외국의 나쁜점을 잘도 비교를 해대던 주제들이,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 한국의 나쁜점과 외국의 좋은점을 비교라도 하면 정색하면서 외국에서 산다고 잘난척하지 말라고 호들갑을 떤다. 어디든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보니, 사람이란 자신에게 더 이익이 있는 곳을 선호할 수 있는 것이고 더 나은 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상대적으로 비교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해외 이민이나 해외 취업, 해외 유학 등을 선택하는 것은 한국에서 실패하여 외국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더 나은 기회를 찾기 위한 용기있는 도전인 것이다. 이미 자신이 외국 생활을 해봤다고, 또는 해보지도 못하면서 막연한 추측으로 (내 주위에 이민 실패해서 다시 들어온 사람 있는데 어쩌고) 격려받고 축하를 받아야할 누군가에 새로운 도전과 그들의 사연에 대해서 어줍지 않은 충고랍시고 폭력을 가하는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못난 인종일 뿐이다.


지금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해외 취업이나 해외 유학을 꿈꾸며 준비하시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여러분의 도전이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그 도전은 값진 것이며, 여러분의 인생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점을. 무엇이든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수 밖에 없다. 아무쪼록 여러분의 도전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하며, 항상 좋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세상에서 "나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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